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우여곡절 끝에, 우선 크게 세 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도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던 정부조직 개편, 그 가운데에서도 '검찰개혁' 얘기다. 어제(7일) 고위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협의회를 거쳐 발표된 검찰개혁안은 다음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한다는 대전제 하에, 수사 기능을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되 이를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고, 사실상 검찰청에서 이름이 바뀐다고 볼 수 있는, 기소 기능을 맡을 공소청을 만들어 이를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다. 현존하는 검찰청은 폐지된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 내용을 담고 있는 법무부 관련 규정 제32조, 행정안전부 내용을 담고 있는 제34조 등에 각각 이 내용이 반영,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어제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검찰개혁 외에 다른 정부조직 개편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반영하려면 바뀌어야 할 부분은 세 줄 이상으로 더 많다).

'답정너' 검찰개혁?
시한을 먼저, 각론은 나중에. 무언가 순서가 바뀐 듯한 여권의 검찰개혁.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을 두고 권한 남용 방지 대책이나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방안에 대해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안을 만드는, 그러니까 실제로 입법으로 마무리할 여당의 분위기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하라'식의, 이른바 '답정너'식 추진이 이뤄진 건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검찰개혁 4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이후 민주당 검찰개혁 논의의 기준점처럼 사용됐다. 이 4법 발의 닷새 후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했다. 국정위는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논의했는데, 지난 6월 30일, "검찰개혁 4법과 국정위가 논의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는 건지, 동일하게 가는 건지, 다르다면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각론에서는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인 7월, 민주당은 원내에 TF를 꾸렸다. 구성원도, 의제도, 회의 자체도 모두 비공개인 TF에서 검찰개혁 4법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원내의 안이 다듬어졌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월 7일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기 때문에 최대한 숙의하되 빠르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TF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말 즈음, 검찰개혁 TF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은 "검찰개혁 TF는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였다. 원내 검찰개혁 TF가 국정위와 논의를 함께 하거나 그 내용을 반영하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한 이 의원은, "중수청은 행안부로 가야 하고 보완수사권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회의 첫날부터 "보완수사권은 없다"
그리고 지난달 2일, 민주당 새 당 대표가 선출됐다. 정청래 신임 당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며 "즉시 검찰개혁 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3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약속대로, 정 대표는 이틀 뒤 검찰개혁 4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민형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앞서 가동되던 원내 검찰개혁 TF의 논의 결과는 이 특위로 전달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원내 검찰개혁 TF가 그간 논의한 결과물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두기로 한다는 등의 이 안이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내용의 가부 여부부터, 어떤 논의를 거쳐 그런 결과에 도달하게 됐는지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이견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의 공론장 마련은 없었다. 되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료가 어떻게 언론에 유출되었는지 당 윤리감찰단에 경위를 조사하라고 했다.

소관 부처 장관 우려에 "본분에 충실한가"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두 달 간 활동하면서 수립한 국정과제 등을 발표하는 대국민 보고 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 5년간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공개하는 이 자리에서도 역시 관심은 정부조직 개편안, 특히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지 여부와 그 내용이었다. 대국민 보고대회 자료(PPT)에는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이라는 대원칙 위주의 내용이 담겼다. 국정위 논의 과정에서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나 보완수사권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어졌지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 이유로 뚜렷한 결론은 보고대회 자료에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도 담기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종국에는 중수청, 공수처,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기관을 모아 한국형 FBI를 만들고 이들의 수사 업무 외에 나머지는 자치경찰이 그 기능을 가져가게 하는 방향의 중장기적 개편도 필요하다는 내용을 정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매듭지어져"…그리고 진행된 토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집권 여당의 입법에 책임이 있는 여당 의원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의원총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지난 3일 민주당 의원총회는,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발제하듯 먼저 설명한 뒤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의원 10명 정도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의원총회 종료 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의원총회의 한 참석자는 "(중수청이) 법무부에 가나 행안부에 가나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을 낸 이도 있었다"면서, "법무부로 가야 한다는 말은 못하지만, 행안부에 뒀을 때 문제점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는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중수청이 법무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 검찰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몰려'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의원총회와 입법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던 지난 주 초,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번 주에 공론화를 거치기 위한 장이 펼쳐질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미 매듭이 지어진 상태"라고 했는데, "바깥에서는 마치 그렇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그런 걸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결론은 나 있지만,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뒤늦게나마)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이 이해는 거친 해석일까, 합리적인 추론일까.
'전광석화' 검찰개혁, 치열하게 토론했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말마따나 '전광석화'처럼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 국면에서, 기자가 만났던 민주당 의원 중 몇몇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검찰개혁을 떠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특수수사를 남기고 형사부를 망가뜨린, 그때 당시의 검찰개혁이 잘못됐다"고 떠올리며, 검찰개혁이 그로부터 몇 년 뒤인 지금 여전한 숙제로 남아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공약과 함께 구체적인 문구까지 제안했다는 금태섭 전 의원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슷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금 전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 보유"라는 당시 공약 속 문구를 소개하며, "문제는 검찰 특수부 조직을 없애고 인지 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면 해결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에 수사/기소 분리를 내세워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제 보완수사마저도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금 전 의원 생각이다. "그저 검찰을 혼내줘야 한다는 감정에만 치우쳐서 제도를 설계하다보니 검찰, 경찰, 공수처, 국수본 플러스 중수청에 이르기까지 각 기관의 역할 분담, 긴밀하게 연결된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구상이나 시뮬레이션 없이 누더기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짚기도 했다.

검찰을 '혼내도' 좋다. '혼낼' 필요도 있다. 하지만 '답정너'식일지 모를 검찰개혁은 몇 년 뒤, 아니 짧게는 몇 달 뒤 다시 해묵은 과제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이) 한쪽 방향으로 가면, 또 반대로 (그 요구가)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마치 정반합의 원리를 떠올린 것인지, 혹은 어쩌면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올 일만 남았을 거라는 식의 믿음에서인지, 그 말에 담긴 뜻을 캐묻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달 사이 민주당을 지켜보며, 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2025년의 검찰개혁이, 후회로 남지 않을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치열하고 진지하게 토론한 바탕 위에서 이뤄졌는가 하는 질문은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