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잠정조치를 직접 법원에 청구하고, 경제·금융범죄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경찰은 오늘(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수사역량 강화 종합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검찰 일부 권한을 가져오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출범 5년차를 맞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의 책임성·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이지만,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먼저 경찰은 스토킹·가정폭력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시·잠정조치와 관련해 검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청구토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스토킹처벌법·가정폭력처벌법상 청구 주체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경찰은 임시·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후 검찰 판단을 거쳐 법원에 청구가 이뤄지는데, 검찰이 기각하면 청구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경우 경찰이 잠정조치(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찰은 경제·금융범죄 수사 확대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대신 사법경찰관에도 고발이 가능토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데, 경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검경에 차등 제공하던 금융정보도 확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간 검찰에 우선 제공되고 경찰은 접근이 제한돼 금융 사건에서 중요 수사단서 및 정보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수사 공정성 및 효율성 확보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먼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수사지원시스템(KICS-AI)을 도입합니다.
수사관들에게 수사 쟁점과 관련 판례 등을 제공하고, 영장 신청서 등 각종 수사서류 초안을 자동 생성해 수사 품질의 상향 평준화도 도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가상자산·다크웹 추적·분석 시스템도 개발해 신종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합니다.
또 경찰이 자체 수집한 범죄 첩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할 경우 경찰서장 등 관서장의 승인을 받도록 경찰청 훈령을 개정합니다.
기존에는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장 등 판단으로 초기에 사건이 종결돼 묻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수사 개시 단계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 피의자 제외 사건 관계인 대상 원격화상 조사 도입 ▲ 영상녹화·진술녹음 시스템 인프라 확충 ▲ 변호사회 주관 사법경찰관 평가 전국 확대 등도 추진합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등 대형 중요 사건 등에 대해서는 시도 경찰청 수사 부서 전담 수사체제를 확충하고, 사안에 따라 총경·경정급도 실제 수사업무에 투입합니다.
현재 서울·경기남부청에만 설치된 광역수사단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합니다.
경찰은 2022년 67.7일까지 늘었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을 2023년 63일, 2024년 56.2일, 올해 6월 기준 55.2일로 지속해서 단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경 수사권 개혁 초기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문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수사관 평균 수사 경력이 8.5년으로 2022년 7.4년과 비교해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번 로드맵을 계기로 수사의 전 과정을 재정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