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러시아를 겨냥해 핵잠수함 2대 배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그 지역에,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이 배치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는 이미 성명을 내놨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것들이 그 지역에, 있어야 할 지역에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핵잠수함 배치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2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인 '데드 핸드'(Dead Hand)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습니다.
핵잠수함의 배치와 관련된 사항은 모두 극비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처신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해 핵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핵잠수함을 배치해둔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미국과학자연맹 소속 한스 크리스텐슨은 로이터통신에 "잠수함들은 늘 거기 있어서 이동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인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외신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자신이 설정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러시아를 향해 '50일 이내'에 평화를 이루지 않으면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했다가, 지난달 29일에는 이를 '10일'로 줄이면서 새로운 시한을 이달 8일까지로 재설정했습니다.
이 시한을 앞두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때문에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정치적인 수사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메시지에 대해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쉬운 방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치하지 않고 별다른 실권이 없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핵잠수함은 매일 전 세계 바다를 순찰하고 있기 때문에 위치를 바꾼다고 해서 러시아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능력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와의 '핵 공방'이 국내의 '엡스타인 파일' 논란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