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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든 것 가져와라"…총수들 워싱턴행 '최대 고비' (풀영상)

<앵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우리 협상단은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비공개로 만나 최종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일(31일) 막판 협상을 앞두고 우리로서는 총력을 다하고 있는 건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면 그 결과를 쉽게 장담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첫 소식, 워싱턴 이한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이한석 기자>

미국에 입국한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첫 행보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초 관세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스캇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을 짓기로 했지만, 이틀 앞서 미 상무부로 이동해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났습니다.

러트닉 장관과 협상해 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동석했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협상에서 협상단은 우리 정부가 준비한 최종안을 제시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최소한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15%의 관세율을 관철하기 위해 파격적인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를 비롯해 한미 간의 조선업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 조선 등을 포함한 그런 어떤 한미 간의 경제적인 어떤 협력을 할 사업에 대해서는 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심도 있는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서도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최종안을 수용할 지에 대해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협상을 질문받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 (협상은) 내일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아직 협상이 최종 마무리 단계는 아니라는 겁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러트닉 상무장관이 우리 협상단에게 "최종안을 제시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만족스러운 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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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워싱턴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이한석 특파원, 구윤철 부총리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러트닉 상무장관을 먼저 만났는데, 그 배경에는 어떤 전략이 있습니까?

<기자>

우리 정부가 카운터파트 중 한 명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가장 많은 친분을 쌓았는데, 이걸 활용하겠다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우리 협상단은 지난 24일부터 엿새 동안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과 심지어 스코틀랜드까지 따라가서 설득작업을 벌였습니다.

진정성을 계속 보여주는 한편, 우리 협상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러트닉 장관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게 훨씬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나아가서 러트닉 장관은 미일 협상 타결 당시에 일본 정부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에 러트닉 장관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3시간 동안 예행연습을 했다, 이런 일본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협상 카드를 조금씩 잘라서 제시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와 협상을 할 때 일본 측이 협상 카드를 제시할 때마다 관세율이 1%포인트씩 낮아졌다고 합니다.

러트닉 장관에게 이런 노하우를 구하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제 정말 우리 협상단이 총력전을 펼칠 때인데요. 남은 시간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장관급 인사들이 총출동해서 이렇게 저인망식으로 미국 인사들을 만나서 설득 작업 벌이는 건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이제 이곳 시간으로 내일 구윤철 부총리가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시한 마감 전에 마지막 담판을 벌입니다.

또 조현 외교부 장관도 오늘 미국에 들어와서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납니다.

실무진 차원에서도 미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있고, 밤샘 회의를 이어가는 상황이거든요.

그만큼 관세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인데, 우리 정부의 승부수가 통할지 곧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현장진행 : 박은하,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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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습니다. 한미 최종 담판을 앞두고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해서 힘을 보태는 모양새입니다. 이 총수들까지 집결했다는 건 관세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은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이어서 홍영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홍영재 기자>

지난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5.8%, 기아는 24.1% 줄어들 만큼,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승조/현대차 재경본부장(지난 24일) : 2/4분기 기준은 8천282억 원의 관세 이펙트(영향)가 있었고 3쿼터, 4쿼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걸로.)]

일본과 EU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춰 상황은 더 다급해졌습니다.

트럼프 정부 이전 일본과 EU산 자동차 관세가 2.5%, 우리는 FTA로 무관세였던 걸 감안하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2.5%로 낮춰야 이전의 가격경쟁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신규 제철소 등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정의선 회장은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세부 투자 계획과 추가 투자 의향을 설명할 걸로 예상됩니다.

[김경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자동차 생산을) 20만 대 더 추가하는 것들, 현대 제철소 (새로) 만드는 것 아직 실행된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또 어필을 하려고 간 게 아닌가.]

어제(29일) 미국으로 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반도체 분야 협력 등을 통해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부지에 최첨단 패키징 시설을 추가 투자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안기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 파운드리 공장에서 나온 거 갖고 패키징 해서 미국에서 바로 팔 수 있잖아요. 패키징 공장을 만드는 추가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해가 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조선업 협력, 일명 'MASGA' 프로젝트를 미국 정재계에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대기업 회장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가서 노력을 하고 있고 민간 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미국 내 네트워크가 상당합니다. 네트워크 가지고 본인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대기업 총수들의 워싱턴 집결은 대미 투자금액이 한미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방민주, 영상출처 : 유튜브 에어웨이브다이내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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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협상단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대표로 가 있는 만큼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감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미국 측의 요구가 너무 심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 내용은 강청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강청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30일) 오후 외교망을 통해 미국에 있는 협상단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협상 내용 등을 전해 듣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는데, 이 대통령은 "어려운 협의인 것은 알지만 우리 국민 5천200만 명의 대표로 가 있는 만큼 당당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국익 최우선 원칙 아래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미국과 대한민국 간에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짜서….]

미국이 관심을 갖는 조선 분야는 훨씬 더 심도 있는 협의를 하고 있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쌀, 소고기 수입 확대 요구에 대해선 "농축산물이 가진 민감성을 정부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양보 가능한 분야와 양보할 수 없는 분야의 원칙을 갖고 막판 협상에 임하겠단 의미로 풀이됩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장관들마다 요구가 다 다르다"면서, "미국 측 요구가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타결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당인 민주당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오늘 주한미국 대사관 앞에서 한국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며 농축산물 수입 확대 요구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김남성,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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