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총 쏘고 사제폭탄까지…이웃들 "집 밖 잘 안 나오던 사람"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대피한 주민들의 공통된 얘기더라고요."

인천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 씨가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자택 인근 이웃들은 A 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21일) 이웃 주민들은 하나같이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 새벽 주민들은 때아닌 대피 소동을 겪었습니다.

A 씨가 자택에 사제폭탄을 설치한 사실이 확인되며 경찰이 폭발물 해체 작업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A 씨 집 위층에 사는 강 모(22) 씨는 오늘 새벽 경찰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 가족과 함께 인근 모텔로 급히 대피했습니다.

강 씨는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바로 아랫집에 폭탄이 있었다고 하니 두렵다"며 "경황이 없었는데 이제야 슬슬 현실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오후 9시 31분 인천 아파트에서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30대 아들에게 사제 총기를 쏴 살해한 뒤 도주하다 오늘 새벽 서울 서초구에서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A 씨로부터 '쌍문동 집에 낮 12시에 사제 폭탄이 터지도록 설치해놨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오늘 오전 1∼3시 아파트 주민 70여 명 등 105명을 긴급 대피시킨 후 폭발물 제거 작업을 벌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신나, 타이머와 함께 A 씨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발견됐습니다.

이 아파트 11층에 사는 남 모(77)씨는 "자고 있는데 경찰이 문을 두드려 잠옷 차림으로 나왔는데 걱정돼서 잠도 못 자고 꼬박 밤을 새웠다. 폭발하기 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폭발하기 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라지만 자기 아들을 죽이고 폭발물까지 설치한 사람을 어떻게 벌줘야 하느냐"고 혀를 찼습니다.

그는 또 "A 씨가 관리비도 몇 년 동안 안 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6층 주민 조 모(60)씨는 "항상 연장을 들고 다니고 잘 씻지도 않던 사람"이라고 A 씨를 떠올렸습니다.

조 씨는 "A 씨가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하니 이웃들끼리는 가벼운 말로 '총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진짜 만들었다"며 "예전에는 아들과 살았는데 지금은 혼자 산다고 하더라. 아들이 유학을 다녀왔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민 B(57)씨는 "나는 직접 본 적이 몇 번 없지만 이웃들 말을 들어보면 모두 조용하고 담배 냄새가 많이 나던 아저씨라고 하더라"며 "아들이 종종 아파트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A 씨가 이전부터 아들과 다툼이 잦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대로) 실제 폭발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현재는 추가 상황이 없어 A 씨 집에서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A 씨를 상대로 총기와 폭발물 제작 경위와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