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손된 서울 동대문구 홍파초등학교 버스정류장 도로
폭염이 떠난 뒤 집중 호우가 이어진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홍파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앞 도로의 아스팔트는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았다가 다시 굳은 것처럼 변형돼 있었습니다.
차 바퀴에 짓눌린 부분은 움푹 패어 빗물이 고였고, 제 자리에서 밀려난 아스팔트는 길가 배수시설 안으로 들어가다가 멈춘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시는 도로를 긴급 보수하고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시 관계자는 20일 언론 통화에서 "아스팔트가 밀려 나온 걸로 보면 고온에 의한 변형에 가까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록적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한반도를 강타하는 이상기후 패턴이 이어지면서 도로가 녹아내리고, 녹아내린 아스팔트가 빗물 배수를 방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도 울산 북구 농소초등학교 앞 도로 아스팔트가 녹아 배수구를 뒤덮은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도로에 깔린 아스팔트 혼합물이 열을 받아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하는 '연화점'은 섭씨 50∼60도 수준입니다.
폭염으로 표층 온도가 이 수준까지 가열됐을 때 버스나 트럭 같은 대형 차량이 하중을 가하면 아스팔트가 양옆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면서 도로 가장자리의 배수구 등을 가로막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수는 2018년(31일), 2024년(30.1일) 등 2010년대 이후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 강우가 전국에서 16차례나 관측됐습니다.
폭염으로 약해진 도로가 곧바로 폭우를 만나는 위험한 상황이 더 잦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녹아내린 아스팔트가 폭우 시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도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석대학교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 구간이라도 물길이 막히면 주변이 침수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며 "우수관 근처 도로도 선제적으로 고강도 콘크리트 포장을 하는 등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