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 20대는 있었던 것 같아요. 연쇄적으로 차량이 불에 타면서 대포 터지는 듯한 굉음이 엄청나게 들렸어요."
어제(17일) 오후 9시 5분 큰 불이 난 경기 광명시 소하동 10층짜리 아파트 맞은편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 씨는 화재 당시 상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저는 초소 안에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이 '불이 났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밖에 나가보니 해당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서 전선이 녹아서 불꽃이 떨어지고 있었다"며 "소화기로 끌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초소로 들어왔는데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불꽃이 차량 위로 떨어지면서 사방이 다 불꽃으로 변했다"며 "불이 난 아파트에 사시는 허리가 굽은 폐지 줍는 할머니를 아는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아파트가 작다 보니까 관리사무소 자체도 없고 소방 벨도 안 울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한 주민이 제보한 아파트 화재 영상을 보면 천둥소리와 흡사한 큰 소리가 잇따라 나면서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딱딱' 소리도 연달아서 들립니다.
새벽이 됐지만 불이 난 아파트 주변에는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소방대원과 경찰 등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입니다.
불은 발생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메케한 연기 냄새는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아파트 전체 외벽은 검게 그을려 마치 폐허를 연상케 하고 있으며 아파트 저층부 유리창은 거센 화염 때문인지 모두 파손돼 있습니다.
불이 시작된 1층 천장은 불길에 녹은 철근이 휘어졌고 주차된 차 상당수가 불에 타 차량 뼈대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아파트 내부는 불이 모두 꺼졌으나 인명 수색을 위해 구조대원들이 비추는 불빛이 한동안 세대 밖으로 새어 나왔습니다.
한밤중 아파트 화재 사고에 인근 주민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와 구조 상황 등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얼굴에 방진 마스크를 쓴 한 주민은 전화 통화를 끝내고 옆에 있던 지인에게 "언니 무사하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한 70대 여성은 "불이 난 아파트에 아는 언니가 혼자 살고 있는데 자다가 숨이 안 쉬어져서 눈을 떠 보니까 이미 집안이 깜깜했다고 하더라"며 "아무것도 못 챙기고 몸만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1층에서 시작된 화염이 너무 거셌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면서 건물이 안 보일 정도로 뒤덮었다"며 "주민분들이 무사하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소하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난 불로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전신화상, 의식장애 등 14명이 중상자로 분류됐습니다.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했던 주민 23명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