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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1번 국도인데 어떻게 매년 잠기냐고" 세종 주민들 분통

"명색이 1번 국도인데 어떻게 매년 잠기냐고" 세종 주민들 분통
▲ 조치원 1번국도 침수

"명색이 1번 국도인데 어떻게 매년 잠기냐고, 이름값이 아까워. 이건 인재여 인재."

세종지역에 이틀간 200∼3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오늘(17일) 오전 조치원 신안리 일대를 지나는 1번 국도 500m 구간이 물에 잠겼습니다.

경찰은 오전 10시쯤부터 이 일대 1번국도 양방향 차량 통행을 통제했습니다.

오늘 폭우의 영향으로 조치원을 돌아가는 조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1번 국도로 흘러들었습니다.

손쓸 새 없이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도로를 달리던 차량 4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현장에 나온 경찰 관계자는 순식간에 빗물이 차면서 차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전자들은 무사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빗물 속을 성큼성큼 걷던 한 주민은 "주변이 다 잠겼다"고 혀를 찼습니다.

도로를 덮은 빗물은 더 낮은 곳을 찾아 주변 상가 공터로 흘러들었고, 순식간에 사람 가슴 높이까지 차오르며 공터에 주차된 1t 트럭 2대를 덮쳤습니다.

차 주인은 뒤늦게 침수 사실을 알았지만,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1번 국도로 유입된 빗물은 쉽사리 배수구를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저지대를 잠식하며 쌓이고 쌓였습니다.

나뭇가지와 오물로 막힌 도로변 배수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차량 통제를 위해 현장에 나온 인원이 10여 명 있었지만 한동안 배수구를 뚫진 못했습니다.

배수구를 덮은 나뭇가지 등 오물을 제거하자 쌓인 빗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빠져나갔습니다.

하천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배수구 구멍을 뒤덮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통제됐던 1번 국도 차량 통행은 조천 수위가 내려가면서 오후 1시 들어 조금씩 재개됐습니다.

오늘 물에 잠긴 세종시 조치원 신안리 일대 1번 국도는 침수가 잦은 지역입니다.

조치원을 돌아나가는 조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저지대인 이 지역으로 빗물이 역류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배수펌프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했습니다.

침수 현장 바로 옆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A 씨는 통행이 제한되면서 오늘 하루 장사를 망쳤다고 허탈해했습니다.

그는 "여기는 작년에도 잠겼고 그전에도 잠기는 등 매년 침수 피해가 나는 곳"이라며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찾아오고, 공무원들도 여름철마다 찾아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했지, 그동안 바뀐 게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국토부 공무원들이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뭐가 달라지겠냐"며 "명색이 1번 국도인데 어떻게 매년 잠기냐고, 이름값이 아깝다. 이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여 인재"라고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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