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잇따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 자매들이나 노모와 아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1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0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노모와 50대 큰아들이 숨졌습니다.
40대 작은아들은 발코니에서 구조돼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아직 감식이 진행되지 않아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생존한 작은아들은 3명 모두 잠을 자고 있을 때 불이 나 발견이 늦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모와 아들 2명이 머물던 아파트 호실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원인을 전력 과부화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오늘(14일) 오전 합동 화재 감식을 벌여 원인을 규명할 예정입니다.
앞서 부산에서 발생해 아동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화재와 마찬가지로 이날 불이 난 아파트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15층 규모로 2006년에 준공 승인이 났습니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이후 16층 이상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에는 11층 이상,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으로 확대됐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2006년에 준공됐지만 실제 건축 허가는 2003년 전후로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건축 허가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숨진 아파트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불이 났습니다.
지난달 24일 10살과 7살 자매 2명이 숨진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도 컴퓨터 등 전자기기가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아파트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자 부산시는 미설치 노후 아파트 전수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미설치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실태 파악을 하겠다는 것인데 박형준 부산시장 지시 10일 만에 또다시 스프링클러가 없는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것입니다.
류상일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주택 화재는 건축된 지 오래될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는 그만큼 화재 발생 위험이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화재는 여름철 집중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 관리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추가로 설치하는 건 어렵지만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전기적 요인 화재 예방 사업과 점검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