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얼음과일과 수박 먹는 코끼리'
"동물도 사람하고 똑같아요. 요즘 같은 폭염에는 힘들어합니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진 어제(9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코끼리 사육장에서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연신 물을 맞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려고 애쓰는 듯 보였지만 거대한 몸집을 완전히 가릴 곳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 코끼리는 1969년도에 태어났으며 이름은 '코순이'라고 달성공원 측은 설명했습니다.
달성공원 측은 이날 코순이를 위해 얼음과일과 수박을 특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코끼리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수돗물을 맞으며 특식을 천천히 음미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찜통더위 탓에 얼음과자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날 대구의 낮 기온은 33도를 웃돌았습니다.
이종영 달성공원 사육반장은 "더위를 느끼는 건 동물도 인간과 똑같다"며 "동물들도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호흡이 가쁠 때도 있고 그늘에만 있으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달성공원 측은 급한 대로 얼음과일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더위 탓인지 달성공원은 한적한 분위기가 맴돌았습니다.
시민 박 모(70대)씨는 "올해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라며 "사람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말 못 하는 동물들은 오죽하겠나"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달성공원 사육사들은 공원 여기저기에 물을 뿌려가며 열기를 식히느라 애를 썼습니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에조불곰 '향이'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더뎠습니다.
달성공원 측에서 얼음과일을 준비해 물웅덩이에 던져주자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발걸음을 뗐습니다.
향이 친구 '청이'는 더위를 먹어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문준환 달성공원 사육사는 "청이는 탈진 증세를 보여서 에어컨이 있는 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매일 아침 배변 상태나 앞발과 뒷발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발과 뒷발 상태를 확인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지면이 열기로 달궈지면서 곰들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향이와 청이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대라 신경이 더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물개들도 무더위에 지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육장에 채워진 물이 열기에 달궈지면서 수영하는 모습 대신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시간을 보냈습니다.
침팬지 한 마리는 이온 음료를 얼려 만든 얼음과일을 먹는 데 열중했습니다.
꽃사슴들도 물웅덩이에 수박을 던져주자 순식간에 모여들어 맛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달성공원 측은 2027년 말 조성 예정인 대구대공원으로 이사를 하면 동물들의 여름나기가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달성공원 한 관계자는 "대구대공원으로 이전이 완료되면 동물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시설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