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지법 원주지원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 뒤 '잠수'를 탄 옛 연인에게 60회 넘게 연락한 혐의로 법정에 선 30대가 무죄를 받았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4월 연인 사이였던 B 씨로부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보를 받고도 같은 해 5월까지 총 67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거나 주거지, 직장 근처로 찾아갔습니다.
2023년 초부터 교제하던 A 씨와 B 씨는 서로를 여보, 남편으로 부르거나 A 씨가 B 씨 부모님에게 선물을 보내는 등 결혼까지 염두에 둔 깊은 관계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10일 B 씨가 약속에 늦은 일로 언쟁을 벌이다 A 씨가 B 씨에게 먼저 이별 통보를 했고, 이에 B 씨도 헤어지자고 응수했습니다.
이날은 다퉜던 이들이 화해를 위해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이별 통보에 B 씨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A 씨는 관계 회복을 위해 같은 해 4월 14일까지 후회, 사과, 애정 표현 등이 담긴 문자를 65회 보냈습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A 씨는 며칠 뒤 B 씨 차량에 꽃다발과 편지를 두고 갔고, B 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로부터 경고받은 A 씨는 그제야 더 이상 문자 등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연락을 끊거나 잠적해 버리는 소위 '잠수 이별'이 점점 흔하게 이루어지는 현 시대상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연령, 교제 기간, 당일 언쟁 이유 등을 보면 B 씨가 강경하게 헤어지자고 나오자 이를 되돌리고자 하는 의도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며 "문자 내용 자체만으로 B 씨에게 위협이 됐다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B 씨가 장기간 지속된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부정확하게 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재판 이후 검찰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