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년 전, 특수 학교를 지어달라며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서진학교 사태 기억하는 분들 있을 겁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데요. 학교가 부족해서 시도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등하교에 몇 시간씩은 걸린다고 합니다.
시선 360, 매일 힘겹게 통학하고 있는 장애 학생들의 이야기를 이혜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침 6시 반, 뇌병변 지체장애인 서윤 양 가족의 바쁜 하루가 시작됩니다.
엄마가 옷과 기저귀를 갈아입혀 아침을 먹이고, 씻기는 사이 아빠는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합니다.
[박정환/박서윤 양 아버지 : (7시) 20분 정도에 예약을 하면 되는 거죠, (그래야) 8시 넘어가면 바로 배차가 되기 때문에.]
40분이나 걸려 배차된 택시를 타고, 서윤이는 아빠와 함께 학교로 향합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집에서 서울 노원구 특수학교까지, 1시간 남짓 걸립니다.
[박정환/박서윤 양 아버지 : (집 근처 특수학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학교였고, 우리 딸아이같이 지체장애인이 갈만한 학교는 안 된다, 못 받아준다(고 들었어요.)]
왕복 2시간 30분, 서윤 양도, 아빠도 이 고된 시간을 5년째 버티고 있습니다.
서윤 양이 다니는 학교의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 동북권 유일의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정민학교에는 서울 내 11개 자치구에서 학생들이 통학 중이고, 시도 경계를 넘어서 오는 학생도 10명이나 됩니다.
[오재준/서울정민학교 교장 : 7시 반 전에 저희 학교 스쿨버스를 타는 학생이 20여 명이나 됩니다. 편도로만 따져도 1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됩니다.]
지난해 전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1만 5천여 명으로, 처음으로 1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전국 특수학교 숫자는 단 195곳.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 가운데 25.9%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고, 대부분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한 특수학교 신설이 잇따라 추진되고는 있지만, 번번이 주민 반발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입니다.
아이들 등하굣길이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수 있게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부모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정환/박서윤 양 아버지 : 이렇게 멀리서까지 다닐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식이 아니더라도 공동체라는 의식이 있다면 기꺼이 (특수학교 신설을) 해줄 수 있을 텐데….]
(영상취재: 양지훈 / 영상편집: 전민규 / 디자인: 서승현, 조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