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주석과 고 리커창 전 총리
해외 일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권력이상설', '실각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한때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로 불렸던 리커창(1955∼2023) 전 총리를 기념하는 논평을 게재했습니다.
인민일보는 3일 자 지면 6면에 중국공산당 중앙 당사·문헌연구실 명의로 '당과 인민을 위한 사업에 평생 분투하다: 리커창 동지 탄생 70주년'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논평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업무로 당과 국가 업무의 대국을 힘 있게 추동', '중원(中原) 굴기와 동북 공업 기지 진흥을 강하게 추진' 등 소제목을 달고 리 전 총리의 생애와 업적을 서술했습니다.
글의 전반적 구조와 내용은 리 전 총리의 별세 당일에 발표된 5천200여자 분량의 논평인 생평(生平)과 동일했으나, 이날 인민일보 논평에는 소제목과 일부 어구가 추가돼 분량이 약 6천자로 800자가량 늘었습니다.
이날 논평에서 더해진 어구로는 총리 취임 전인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역할이 있습니다.
논평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발생 이후 당 중앙은 일련의 중대한 결정과 조치를 내놨다"며 "리커창 동지는 당 중앙의 결정·조치를 관철·이행했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행했다"는 내용을 새로 삽입했습니다.
이어 리 총리가 "내수 확대를 성장 유지의 근본 경로로 삼았다"면서 "소비 수요 확대와 민생 개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적극 대응하고, 어려운 시국을 함께 넘으며, 경제의 평온하고 비교적 빠른 발전을 촉진했다"는 대목도 넣었습니다.
이날 논평은 리 전 총리가 2013년 총리가 된 뒤 업적을 다룬 파트에선 "복잡한 국내외 형세를 맞아"라는 '생평'의 표현을 빼고 그 자리에 "세계 경제 회복에 힘이 부족하고 국지적 충돌과 혼란이 빈번하며 지구적 문제가 가속화하는 외부 환경을 맞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뉴노멀 진입 등 일련의 심각한 변화를 맞아"를 집어넣었습니다.
아울러 "리커창 동지는 민주집중제 원칙과 당의 집중영도를 견지했고, 각 방면의 적극성을 끌어내고 발휘했다"나 공무원들의 청렴을 강조한 리 전 총리의 생전 언급 등도 논평에 추가했습니다.
한때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고 시진핑 1·2기의 '2인자'로 경제 부문을 총괄했던 리 전 총리는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 퇴임 후에도 높은 인기를 유지했으나 지난 2023년 10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 전 총리 사망 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애도 물결이 크게 일었고 중국 당국은 그를 향한 대중적 추모 열기를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인민일보의 논평에 추가된 표현이 '당 중앙의 결정·조치를 관철·이행'이나 '민주집중제 원칙과 당의 집중영도', 공무원 청렴 등 중국 당국이 강조해온 원칙과 적극적인 재정정책, 완화적인 통화정책, 내수 확대 같은 최근의 국가 시책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는 '경제 전문가' 리 전 총리를 통해 현재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혼란이 빈번한 외부 환경' 등 미중 관세 전쟁과 세계 곳곳의 전쟁을 두고 중국이 근래 자주 쓰고 있는 어구도 등장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의 작성 배경에 대해 "고인이 된 당·국가 지도자 동지 탄생 기념 활동에 관한 당 중앙의 관련 규정에 따라 기념 문장을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