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 수백 개를 4년 만에 찾아냈다는 사실이 그제(17일), 저희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이 중요한 증거를 왜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하지 않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과거 수사팀도 증권사로부터 녹음파일을 받긴 했는데, 김건희 여사와 모두 관계가 없는 파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지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김지욱 기자>
지난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미래에셋증권 서버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련된 인물들의 계좌들을 통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기록은 물론, 매매와 관련된 녹음파일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받은 자료에는 김 여사 육성 녹음파일이 포함되지 않았고 다른 인물들의 녹취만 있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김 여사 계좌는 전화가 아니라 컴퓨터 HTS로 거래가 이뤄져 관련 녹음파일이 없다고 회신했고, 검찰도 당시 주가조작 수사 핵심이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었는데도 미래에셋에서 보내준 자료만 보고 더 이상 음성파일 확보를 하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이후 3년 가까이 더 수사했지만 결국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한 정황을 못 찾았다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조상원/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지난해 10월) : (피의자 김건희는)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권 모 씨를 믿고 수익을 기대하며 제3자에게 계좌 관리를 맡기거나 관련 거래에 응한 것으로….]
하지만 지난 4월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주문을 통한 통화 녹음이 없더라도 김 여사가 해당 기간에 담당 직원과 통화한 기록 전체를 다시 검색해 달라는 취지로 미래에셋증권 측에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함된 녹음파일 수백 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영영 묻힐 뻔했던 증거가 4년 만에 새롭게 드러나면서,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의지가 바뀐 게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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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회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주식 계좌에 접속했다는 객관적 자료인 IP 주소 역시, 재수사가 이뤄진 뒤에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 수사팀은 주식 매매 시점에 사용됐던 IP 주소만 들여다보다가 중요한 정황을 놓쳤던 겁니다.
이 내용은 전연남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전연남 기자>
검찰은 지난 2021년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와 관련한 IP 주소를 확보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김 여사 계좌는 컴퓨터 HTS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했다고 회신했기 때문입니다.
IP 주소는 인터넷 사용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IP를 추적하면 김 여사 아이디로 어디에서 컴퓨터 HTS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는지 확인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확보한 IP 주소 목록에는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먼트는 없었고, 이는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의 하나가 됐습니다.
어디서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건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 재수사팀은 블랙펄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겁니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 모 씨는 SBS 취재진에게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최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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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은 임찬종 법조전문기자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Q. 녹음파일·IP 모두 놓쳤던 검찰…왜?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 그때 녹음파일 말씀드렸고, 오늘 또 추가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IP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결국에는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의지가 달라진 것이 원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계좌와 관련된 김건희 여사 육성 녹음파일과 방금 말씀드린 주가조작 주포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서 김 여사 계좌 거래를 위해 접속했다는 HTS에 접속한 IP 주소는 모두 미래에셋증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자료입니다. 과거 검찰 수사팀도 그래서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미래에셋증권 측이 보내준 자료에 김 여사 육성 녹음이나 블랙펄 IP 주소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지난해 10월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때까지 이 자료에 의심을 품고 추가로 녹음파일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재수사에 착수한 지 약 두 달 만에 압수수색 자료에 관련한 추가 요구를 했고 그래서 핵심 자료를 받아냈으니,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 문제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Q. 김건희 여사가 '블랙펄' 직접 언급?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 그 부분은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김건희 여사의 녹음파일 속 대화에서 주가조작 주포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이 직접 언급됐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녹음파일에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라는 언급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검찰은 녹음파일과 다른 자료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녹음파일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계좌 관리자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블랙펄 언급 여부보다도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누군가가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느냐가 공모 여부를 가르는 핵심인데, 저희가 보도해드린 것처럼 녹음파일 속에는 계좌 운용자가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김 여사의 발언 등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인식 정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유력 증거 확보한 검찰…특검 전 마무리?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 검찰은 특검 출범 전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증거를 확보했다고 해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당사자 조사가 필요한데, 김건희 여사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재수사팀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 중 상당수가 곧 출범할 특검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결국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특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최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