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유차가 뿜어내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게 바로 요소수입니다. 그래서 경유차는 이걸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데, 그 돈을 아끼려고 요소수를 넣은 것처럼 속이는 불법 장치를 설치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그 불법 장치를 파는 곳이 온라인에서 400군데가 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속도로에서 단속반이 26톤 화물차를 멈춰 세웁니다.
운전석 계기판을 확인했더니 요소수 잔량이 80%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차량 뒤편 요소수 탱크로 가봤습니다.
화물차에 요소수를 넣는 탱크입니다.
뚜껑을 열어봤더니 오랫동안 쓰지 않은 듯 열쇠 구멍이 막혀 있습니다.
[환경부 단속반 : 키를 꽂고 돌려서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는데 흔적이 없고요. 요소수 통을 두드려 봤는데 빈 통입니다.]
차량 짐칸 아래를 뜯어보니 깜빡거리는 물체가 발견됐는데, 에뮬레이터라고 불리는 불법 장치입니다.
10년 전부터 경유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안 걸리도록 출고됐는데, 이런 설정을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요소수 값으로 매달 드는 수십만 원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화물차 기사 : 한 달에 30~40만 원씩 들어간다니까. (며칠에 한 번씩 넣으셔야 돼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무리 못 넣어도.]
앞서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 여파로 두 차례나 국내 가격이 치솟았는데, 이때마다 국내 요소수 사용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우재준/국민의힘 의원 (환경노동위) : 요소수 무력화 장치를 사용하게 된 것이 (요소수) 사용량 급감의 한 원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 물질이 더욱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부가 지난달 인터넷 실태를 조사했더니 에뮬레이터 판매처가 400곳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사용자 처벌 조항만 있던 걸, 판매자는 물론 판매 중개 사이트를 제재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본격 단속에 나선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알리, 테무는 물론 네이버 같은 포털에 대해서도 판매 중개의 책임을 물어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진 만큼 단속 실효를 거둘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조창현, 영상편집 : 김윤성,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