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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안했다'는 한전KPS…대책위 "고인 휴대폰서 작업지시 정황"

'지시안했다'는 한전KPS…대책위 "고인 휴대폰서 작업지시 정황"
▲ 사고 당일 김충현 씨가 한전KPS 직원 A 씨와 나눈 메시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2차하청업체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가 원청인 한전KPS 측의 작업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김충현 씨 휴대전화 속 한전KPS 소속 직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한전KPS의 직접적인 작업지시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대책위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김충현 씨가 한전KPS 소속 직원 A 씨에게 지시받은 작업이 완료됐음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고 당일인 지난 2일에도 김충현 씨는 A 씨에게 공작물 사진을 전송하며 "다 됐습니다"라고 하자, A 씨는 "어 애썼네"라고 답한 메시지가 확인됐습니다.

이 메시지는 당일 오후 1시 11분에 전송된 것으로, 이는 김충현 씨가 사망하기 약 1시간여 전에 이뤄진 것입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 작업은 '작업 전 안전회의'(TBM·tool box meeting) 일지와 일치하는 것으로 원청인 한전KPS 측의 지시하에 수행된 작업임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말했습니다.

TBM 오른쪽 상단 공사감독자 서명란엔 A 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도 김충현 씨가 A 씨에게 작업한 공작물 사진과 함께 가공 상태 메시지를 보내면, A 씨는 "고맙다"라거나 "고생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식의 대화가 반복해서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는 "A 씨는 한전KPS 기계1팀 소속 직원으로 A 씨가 맡은 담당 설비가 선반 의뢰가 자주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책위는 "김충현 씨가 원청 직원인 A 씨로부터 작업을 지시받아 TBM 일지를 작성하고 지시받은 작업을 완료하면 카카오톡으로 보고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충현 씨가 속한 하청업체의 원청인 한전KPS는 사고 당일 낸 설명자료에서 "금일 작업 오더(주문) 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경찰과 노동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밝히며 원청의 작업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충현 씨 휴대전화는 경찰이 포렌식 작업을 완료한 후 지난 11일 유족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도 원청의 직접 작업지시 정황 증거를 다수 확보했을 것으로 대책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작업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작업 지시 증거가 있었는지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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