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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청주는 사이가 좋지 않아요"...반도체 '빼앗긴' 대전, 대서울권 바라보는 청주?
핵심 도시는 대전, 청주, 국가 정보기관이 있는 세종, 이 3개인데 충남과 충북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대전과 청주의 사이가 그다지 좋진 않아요. 외부인들은 충청도라고 묶어버리지만 기질이나 이해관계가 다르더라고요. 서울과 안양 같은 경우는 잘 지내는 편이거든요. 이런 식의 융합적 관계가 아직 안 만들어져 있다.
이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원래 대전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대전 대신 청주로 오게 되면서 대전이 반도체를 가지고 싶었는데 청주가 갖게 됐고, 청주는 '반도체의 힘'으로 인구 100만 명을 찍을 것 같아요.
대전이 대장 기능을 했으면 청주나 세종이 함께 가는 구도가 그려졌을 텐데, 청주는 충청권 단독 대장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해요. 그 부분에서 자존심 싸움이 생겨버렸습니다. 충남과 충북의 대장 도시 간 관계가 좋지 않다.
이 두 지역의 갈등과 오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위치가 세종이거든요. 충남 연기군의 전부, 충남 공주의 일부, 충북 청주의 일부를 합친 게 세종이에요. 조치원은 도만 충청남도지 생활권은 충청북도였습니다. 충북의 거점인 조치원과 충남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정부청사들이 있는 남쪽 연기군 지역이 융합이 잘 된다면, 이게 교두보가 돼서 청주와 대전이 화해할 길이 생길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조치원은 연기군 시절에 군청 소재지였던 농촌이고, 세종은 서울·경기도 사람들이 많이 간 신도시 아닙니까? 너무 달라서 도농 갈등이 생겨버렸습니다. 세종은 도농 도시입니다. 주변 농산어촌 쪽의 인구를 빼앗고 있어요. 그 갈등이 심하다 보니 세종 내에서 융합이 안 되고, 각각의 배후 지역인 대전과 청주의 교두보 역할도 난망해지고 있습니다. 청주가 SK하이닉스를 가지고 자체적으로 특례시가 될 꿈을 꾸고 있는 거죠.
또 오송은 사실상 서울까지 1시간 걸리거든요.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남 가는 버스가 5분에서 10분 간격, 서울 시내 마을버스보다 더 자주 있어요. '중부권이 아니라 대서울권의 일부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여요. 특히 오송, 오창. 청주시의 의지일 수도 있고, 오송에 와 있는 생명과학 단지나 오창 에코프로 같은 업체들에 와 있는 서울·경기권 사람들의 의지일 수 있습니다.
청주시에서 KTX 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려고 했어요. 오송읍에 청주 정체성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해서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논의가 무산되는 갈등 사례가 있었습니다.
청주 또는 오송은 대서울권인가, 중부권인가? 대전이나 세종이나 충청남북도가 청주를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 중부권 메가시티는 인구 500만 명을 거점으로 전라북도 익산이나 군산까지, 또는 경상북도 상주, 문경까지 권역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중부에 '제2 수도권' 생겨야 인구 감소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어요"
서울은 한국에서 북쪽 끝이잖아요. 한국의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는데, 예를 들어 전라남도 강진이나 강원도 고성에 계신 분들이 그 최고급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서는 5~6시간을 오셔야 돼요.
그런데 중부권인 대전·세종·청주 쪽에서 그런 인프라들이 제공된다면 전국 어디서든 2~3시간 내 접근 가능합니다. 그러면 자기 지역을 떠나서 중심으로 이동해야 될 요인이 좀 줄어드는 겁니다. 인구 감소 방파제 역할을 중부권이 해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정책을 만들어도 인구 감소 역전은 없습니다. 속도를 늦출 뿐이에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행정수도 완성이라고 보는 거죠.
세종역 두고 시작된 '충청의 전쟁'...왜?
Q. 세종역 신설 문제?
1970년대 '박정희 백지계획' 당시부터 나온 구상입니다. 경부 고속선이 동남쪽으로 쭉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휘어야 세종이 나옵니다. 원래는 직선으로 쭉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서 부산 가는 구조, 1시간 내로 연결시킨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됐으면 오송과 관련이 없었을 거예요.

세종역을 못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오송역 때문이거든요. 청주로 대표되는 충북은 세종시의 지분이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세종은 충남 연기군의 전부, 충남 공주의 일부, 충북 청주의 일부를 붙인 거예요. 그러니까 충남 중심으로 보면 '연기군이 세종이 된 거니까 충남 거다'라고 생각해요. 근데 충북에서는 '청주 부용을 붙여줘서 세종이 된 거다. 청주 거다. 오송역이 세종의 관문이고, 세종역 만들면 그 개념이 무너진다'가 기본 논리입니다.
대안으로 충남권이지만 충북 문화권인 경부선 조치원역을 세종역으로 개명하려고 시도하는데 조치원이 반대했습니다. '세종이 왜 우리 이름을 빼앗아 가냐'. 대전도 반대합니다. 세종역의 예상 위치가 서대전역 근처여서 그 이용 인구를 빼앗겨버려요.
50만도 안 되는 세종 인구가 88만과 150만을 이길 수 있을까요? 세종역을 만들면 세종시 인구 50만 명을 못 넘길 겁니다. 지금 40만 안팎인데 세종충남대병원이 있습니다. 그 지역의 고민이 뭐냐면, (환자들이) 서울 경기권에서 오셨잖아요. 여기 직원분들 말이, 공무원들이 진단만 받고 치료는 서울 가서 받는대요. 익숙한 데 가서요.
세종역이 만들어지면... 지금 그나마 출퇴근이 어렵다 보니까 겨우겨우 (세종에) 안착하고 있는 건데, 집 사는 것 포기하고 출퇴근하겠죠. 제 생각엔, 정말 세종시를 위한다면 세종역은 만들면 안 됩니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예요. 행정가들이나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을 위한다면서 자꾸 KTX 역을 만드는데 그러면 병원이 제일 먼저 무너집니다. 병원 진료를 (서울 가서) 받거든요. TOP5 병원 가려고 합니다. (새벽) 6시 반에 출발하면 딱 9시 진료 시간 맞춰서 셔틀버스 운행하거든요. 이게 과연 그 지역을 위한다는 사람들의 행동인가? 이 부분을 고민 많이 하셔야 돼요.
Q. 세종청사 가려면 오송으로 가서 45~50분 버스 타고 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술 마시고 (세종 돌아가는) 분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분들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게 행정수도의 이념이죠. 그나마 오송역만 있어서 '방파제' 역할을 해왔는데, 그게 청주와 대전의 가장 큰 주장이에요. 그러려고 만든 거 아니냐.
Q. 중부권 메가시티를 형성하더라도 서울과의 접근성은 이 정도로 멈춰서 이 안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그게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의 대전제였습니다. 50년 전 보고서에도 '서울과 충분한 거리 둬서 인구 빠져나가지 않게 할 것' 쓰여 있어요. 천안, 지금의 세종, 논산이 3대 후보였는데 천안은 서울과 너무 가까워서, 논산은 문화재가 많아서 행정도시 후보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니까 딱 중간이 선택된 거예요. 이 이념을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당 대표가 합의한 거였기 때문에 가까워지는 것은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없을 거예요.
"서울 인구는 지금의 2/3 정도가 적정합니다"
Q. 노무현 정권 때 관습헌법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나오면서 세종으로 옮기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무산이 됐죠. 중부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저는 서울·경기도 사람으로서 여기가 너무 과밀하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그리고 너무 북한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줄일 필요가 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울의 인구는 600만 명입니다. 지금 960만쯤 되는데 300만 정도가 내려가고 나면, 한국의 중심도 잡히고 서울·경기도는 서울·경기도대로 상업 중심지로서 쾌적한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당시 행정수도는 노무현 대통령 혼자 한 게 아니라 박근혜 당 대표도 함께 움직여온 거였습니다. 두 여야 대표들이 힘을 합친 거였고 이명박 대통령이 무산시키려다가 박근혜 당 대표의 거센 저항으로 살아난 거거든요. 특정 정당의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일이었습니다.
세종시, 이상한 시장..."가격 상승 기대하고 사지만, 살지 않아요"

Q. 세종 부동산 가격이 계속 치솟다가 최근 많이 떨어졌잖아요. 행정수도 얘기 나오면서 다시 회복하는 것 같은데 실거주자로서는 어떻다고 보세요?
세종이 매가는 높은데 전월세가가 낮아요. 매매만 해놓고 사실상 살지 않아요. 대전 북부 지역 교사나 신혼부부가 세종에 많이 산대요. 출퇴근이 편해서. 사실 이상한 시장인 거죠. 언젠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사지만 본인은 거주하지 않는. 지금 가격이 오르는 것도 정치적인, 부동산 심리적인 거지 실거주 수요하고는 관계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메가시티를 만들면 그 안에서 많이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세종특별자치시와 행복도시를 구별해야 합니다. 행복도시는 1, 2, 3, 4가 완성됐고 청주 방향 5, 6 생활권을 만들고 있는 중이잖아요. 1, 2 생활권은 공주 방향이었기 때문에 인구를 빼앗아 오지 않고 큰 거고, 3, 4 생활권은 대전 인구를 빼앗아 와서 큰 거고, 5, 6 생활권 만들면 청주 인구가 올 건데, 그걸로 끝인 거예요. 여기서 어느 방향으로 더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북쪽으로 가면 조치원, 바로 옆이 오송입니다. 이상적인 방식은 행정수도 1~6 생활권 완성시키고 조치원과 연담화 시키고 오송은 오송대로 서쪽으로 붙고 있거든요. 딱 기역자로 완성되는 거예요. 이러면 탄탄하게 100만에 가까운 도시가 만들어질 겁니다. 쉽지는 않은데 방향성은 보여요.
Q. 그렇게 되면 실거주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폭락했던 가격도 어느 정도는...
그쪽 건축가분들하고 얘기를 해보면 세종에서 만들고 있지만 다 중앙정부가 하고 있어서 세종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공급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에요. 나머지 지역은 다 절대 농지에 묶여 있다 보니까 손을 못 대는 상황인 겁니다.
6생활권까지 완성시키고 나서는 세종시 차원에서 규제라든지 용도 변경 같은 걸 함으로써 공급 여지는 충분하다고 보고, 오송의 역세권 개발을 크게 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이 또 주택에 대한 수요를 커버해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부의 라이벌들..."한국의 중심이 될 공동 운명체"
외지인의 눈이 개입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 지역이 커지게 된 것은 토박이 분들의 힘이 아니라 외지 이주민들의 힘이거든요. 특히 동남권 같은 경우는 산업이 거기로 몰렸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가서 공군사관학교, 정부청사, 카이스트, 계룡대 등 들어오며 힘이 생긴 것입니다.
외지인들이 기여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충청남도, 충청북도 대표 도시'보다는 '한국의 중심이 될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이 보편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Q. '공동 행정체제 구축이 주민 자치권 침해' 얘기도 있는데, 그것도 결국 외지인의 눈으로 봐야 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