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문 시장 호떡 노점
지난달 29일 서울 남대문시장 초입의 한 호떡 노점 앞, 20여 명의 손님이 길게 줄을 서자 노점 상인은 줄을 정돈하며 질서를 유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한낮 최고 기온 26도의 더운 날씨였지만 호떡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호떡은 야채, 꿀 씨앗, 단팥 등 세 가지 맛이 각각 2천500원, 약 40분 지켜보는 동안 80여 명의 손님이 호떡을 사 갔습니다.
호떡 노점 상인 A 씨는 "날씨가 더워져서 이것도 손님이 줄어든 것"이라며 "평소라면 이 줄의 세 배는 더 선다"고 귀띔했습니다.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습니다.
호떡을 받아든 손님들은 노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온 줄리아 씨는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궁금해서 따라섰다"며 "단팥이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단팥 호떡을 골랐는데 바삭하고 달콤해서 정말 맛있다. 충분히 줄 설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탄했습니다.
송파구에서 왔다는 배 모(40) 씨는 "인터넷에 '남대문시장에 가면 꼭 가야 할 집'을 검색하니 이 호떡 노점이 가장 먼저 떠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마치 크로켓을 먹는 느낌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좌표' 찍고 찾아가는 노점들이 잇달아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소개된 후 입소문을 탄 이들 노점을 경험하기 위해 누리꾼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좌표를 찍고 달려갑니다.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 구매)도 벌어지고 수십 명씩 줄을 서기도 합니다.
젊은 층은 이런 핫한 노점을 찾아가는 것을 일상 속 '보물 찾기'처럼 여깁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대학로의 한 달고나 노점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한 곳으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입니다.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외신의 취재 요청도 이어지며 현재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손님이 찾는다고 합니다.
14년째 해당 노점을 운영해 온 안 모(42) 씨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쌍쌍바 달고나'다. 데이트하러 온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며
"쌍쌍바 달고나를 포함해 SNS에 올라온 우리 가게 달고나 영상들의 조회수를 다 합치면 약 3억 뷰가 넘는단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달고나를 만드는 것이 곧 문화를 지키는 일 같다"며 "이 달고나 노점을 지키는 게 저에겐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에 가면 '혁필화 할아버지' 이 모(87) 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죽 붓으로 그리는 혁필화는 한자와 상징적인 그림을 어우러지게 그린 일종의 '글씨 그림'입니다.
이 씨의 혁필화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영상을 통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해당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51만 회에 달합니다.
과거 중앙극장의 간판을 그렸다는 이 씨는 지난 45년간 혁필화 인생을 걸어왔습니다.
종로3가에서 노점을 하다가 지금은 시청역 근처에서 매일 낮 12시쯤부터 자리를 펴고 글씨를 새깁니다.
손님 진 모(28) 씨는 "SNS에 지인들이 올린 혁필화 사진을 보고 혁필화 할아버지를 한참 찾으러 다녔다"며 "일본인 친구에게 선물할 글씨와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걸 '입춘대길' 글귀도 함께 부탁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진 씨는 "단순히 글씨를 써주는 게 아니라 마치 공연을 보듯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라이브로 체험하는 느낌"이라며 "이런 노점은 충분히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최근엔 독일이나 프랑스 청년들이 와서 혁필화를 그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애먹었다"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서울 동대문의 유명 크레프(크레페) 노점은 일찌감치 재료 소진으로 판매가 종료된 상태였습니다.
같은 시각 노점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크레프 노점 상인 B 씨는 "하루에 70개 정도만 만든다"며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보통 오후 2시 반이면 크레프가 다 팔려서 마감한다"고 말했습니다.
SNS에는 '크레페를 먹기 위해 오픈런을 했다' 등 경험담이 쏟아집니다.
의정부역 인근에서 할머니가 직접 뜬 수세미를 판매하는 노점은 2023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을 탔습니다.
오리, 너구리, 판다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 수세미는 귀여운 외형뿐 아니라 촘촘한 마감과 실용성으로 주목받으며 의정부의 새로운 명물이 됐습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는 찾는 재미까지 더해진 노점도 있습니다.
단돈 2천 원에 행운을 살 수 있는 '네잎클로버 노점'입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 가판대에서 시작된 노점이 원조라는 네잎클로버 노점은 이후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홍대입구역 주변 곳곳에서 비슷한 노점들을 낳았습니다.
이 노점들은 정해진 영업일이나 시간이 없어 우연히 마주치면 더 특별한 '행운'처럼 여겨집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