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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서 김용균이 또 죽었다"…6년 만에 참사 반복

"서부발전서 김용균이 또 죽었다"…6년 만에 참사 반복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고 김충현(50) 씨의 빈소가 3일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2층 1분향실에 마련됐다.

6년 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죽음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이어졌지만, 비슷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 '나 홀로 근무'로 비상 스위치 켜줄 사람 없었다…김용균법 한계 지적도

태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어제(2일) 오후 2시 반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근로자 김충현 씨(50)가 밀링머신이라는 가공 기계를 다루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김 씨는 한전KPS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이 사고는 6년 전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 사고와 닮았습니다.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혼자 밤샘 근무를 하던 김 씨는 컨베이어벨트 비상 제동 장치인 풀 코드를 작동시켜줄 동료도 없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김충현 씨가 다루던 기계에도 긴급 상황에서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비상 스위치가 있었지만, 작동시킬 동료가 없었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산업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됐는지 보여준 계기가 됐습니다.

위험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도 문제로 부각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계기가 돼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다만 노동계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면 산업재해가 빈번하거나 사고 가능성이 높은 업종들은 도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도급 금지 및 승인 조건에 관한 조항에는 이들이 속한 업종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철도와 발전설비뿐 아니라 하청 산재 사고율이 높다는 조선이나 건설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도급인이나 사업주의 처벌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미흡해 실효성이 부족하고, 처벌에 하한선을 두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 당시 원청 대표였던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용균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은 탓에 옛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됐습니다.

법원은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그칠 뿐,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있다고 보고 원청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김용균을 기억하며'…태안화력 앞에서 6주기 추모제(사진=연합뉴스)

◇ "뭔가 바뀌는 줄 알았지만…6년 전과 똑같아"

노동자들은 김용균법 시행으로 노동 현장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한때 있었지만,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었기에 사고가 반복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안전 인력도 현장소장 한 명이 전부였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안전 인력은 현장에서 상주하는 게 기본 원칙인데, 혼자서 모든 현장을 안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6년간 한국서부발전에서 중대재해가 한 건도 없었던 것을 보면 그간 안전 문제를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전KPS에서 다시 하도급을 주고 또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서부발전이 직접 안전에 신경 쓸 수 있는 구조가 안 됐던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 현장 안전 대응을 위해 725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안전울타리와 근로자 안전 쉼터 등 안전설비 보강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는 하청업체의 안전 관리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조는 화력발전소 폐쇄 등을 이유로 현장의 인력을 감축하도록 한 게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원칙적으로 2인 1조 작업이 맞다"며 "이번 사고는 인력 감축을 시켜 2인 1조 원칙을 못 지키게 한 원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어제 '서부발전에서 김용균이 또 죽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김용균이 떠난 지 6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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