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정검을 수여받은 장성들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을 준장 진급자들에게 '날림'으로 전달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대통령 궐위의 특수 상황을 감안해 국방부는 '각 부대 삼정검 자체 수여' 방침을 정했습니다. 초라하게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옆 국방컨벤션 지하주차장에서 검을 나눠줄 테니 해당 부대는 가져가서 행사하라는 통보도 마쳤습니다.
육사 출신 극소수 무리들이 일으킨 12·3 계엄으로 군의 사기가 바닥입니다. 계엄 잔당을 축출해야 하겠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선의의 군인들 사기도 도닥여야 할 때입니다. 착실하게 군 생활해서 처음 별을 다는 선의의 군인들까지 푸대접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 주면 대통령이 새로 뽑힙니다. 계엄 끝에 선출된 21대 대통령이 진급자들에게 삼정검을 전통대로 직접 건네면 군심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하주차장 삼정검 전달 '홀대'
국방부는 최근 지난해 후반기 장성 인사를 통해 새로 별을 단 육해공군 진급 대상자 78명의 소속 부대에 "삼정검을 받아가라"고 통보했습니다. 오는 30일 오전 10시와 11시 1, 2차로 나눠 서울 용산 국방부 옆에 있는 국방컨벤션 지하주차장에서 나눠줄 참이었습니다. 각 부대는 지하주차장에서 수령한 삼정검을 진급자들에게 알아서 나름의 방식으로 수여할 예정이었습니다.
삼정(三精)은 육해공 3군이 한마음으로 호국, 통일, 번영을 이루라는 의미입니다. 칼의 앞면에는 이순신 장군이 역설했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이 새겨졌습니다. 뒷면에는 '건강정 곤원령 일월상 강단형 휘뢰전(乾降精 坤援靈 日月象 岡澶形 撝雷電)', '운현좌 추산악 현참정(運玄座 堆山惡 玄斬貞)'이라는 문구가 각인됐습니다. "하늘은 정을 내리시고 땅은 영을 도우시니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천이 형태를 이루며 번개가 몰아치도다. 현좌를 움직여 산천의 악한 것을 물리치고, 현묘한 도리로 베어 바르게 하라"는 오묘한 뜻입니다.
장군은 50만 국군의 간성으로 우리 군의 정수(精髓)인 만큼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 혼신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통수권자가 삼정검을 내립니다. 삼정검 수여의 시작이 군부독재 시절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정검은 홀대할 물건이 아닙니다. 군의 자존심과도 같은 귀물(貴物)입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21대 대통령이 수여해야"

국방부가 왜 마약 거래하듯 지하주차장에서 삼정검을 넘겨주려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번 주 내에 수여 안 하면 안보에 큰 구멍이나 뚫리는 듯 서두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뚜렷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국방부에 없습니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어제(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어서 국방부가 적절한 방안을 지금 검토를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만 밝혔습니다.
지금 국방부와 합참의 지휘부는 계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김용현 전 장관이 지휘통제실에서 '쌍폰' 들고 계엄 "계엄 수행 명령 어기면 항명으로 엄정 처벌하겠다"고 엄포 놓을 때 국방부와 합참 고위직들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제 자식 같은 부하들이 김용현의 반헌법적 명령에 번뇌할 때 손 내민 적 없었습니다. 계엄의 굴레는 현 지휘부가 감당할 몫입니다.
국방부는 이제 갓 별을 다는 신임 장성들에게 예년보다 더 크게 힘을 북돋아줄 방도를 찾았어야 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의 국방통으로 꼽히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무엇보다 자긍심을 가져야 할 장성 진급이 한줌도 안 되는 내란 세력의 과오로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