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함에 따라 연봉 1억 원을 받는 차주는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경우에 따라 3천만 원 이상 줄어듭니다.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미래 금리 위험을 부담시키는 형태가 되는 셈인데, 이를 통해 불붙은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고 가계부채도 억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기타대출(카드론·주택 외 담보대출 등)에 1.5%의 스트레스 DSR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습니다.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구축·운영되게 된 것입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입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한 실수요자 어려움 등을 고려해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해 왔습니다.
작년 2월 은행권 주담대에 0.38%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이후, 작년 9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0.7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도 시행했습니다.
단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는 1.2%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적용해 왔습니다.
오는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전 금융권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가 붙습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1억 원인 사람이 30년 만기,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단계 적용 시 한도는 6억 3천만 원이지만, 3단계에서는 5억 9천만 원으로 약 3천300만 원(5%)이 줄어듭니다.
같은 조건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할 경우 5억 9천만 원에서 5억 7천만 원으로 1천900만 원(3%), 주기형(5년 주기로 금리 변경)은 6억 5천만 원에서 6억 4천만 원으로 1천800만 원(3%)으로 한도가 깎입니다.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변동형의 경우 기존 6억 8천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3단계에서는 5억 7천만 원으로 거의 1억 원 가까이 한도가 줄어든 효과가 나타납니다.
연봉이 5천만 원인 차주가 동일 조건(30년 만기, 대출금리 4.2%,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대출받은 경우를 가정해 보면 변동형과 혼합형, 주기형은 각각 1천만 원, 1천700만 원, 900만 원가량 한도가 줄어듭니다.
신용대출도 금리 유형과 만기에 따라 2단계 대비 차주별 대출 한도가 100만~400만 원가량 감소하게 됩니다.
연봉 1억 원인 차주가 5년 만기, 만기일시상환, 대출금리 5.5%의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형 금리 이용 시 2단계 대비 400만 원(1억 5천200만→1억 4천800만 원), 고정형 금리 이용 시 300만 원(1억 5천400만→1억 5천100만 원) 한도가 줄어듭니다.
다만 3단계 조치에서 지방 주담대는 제외하고,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를 올해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지방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주담대 신규 취급액에서 지방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신용대출 1억 원 미만도 실수요나 생계형 자금까지 지나치게 위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금리 인하기에 가계대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데다가 연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급증했던 주택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가계대출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 3천억 원 늘면서 작년 10월(+6조 5천억 원)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달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보름새 3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데다가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한도 축소가 예고된 상황이라 '막차 수요'까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과 대출 급증을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109) 이후 최고치입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합니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월별 가계대출 한도 관리 등을 통해 급격한 대출 쏠림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 자본규제상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비해 내부 등급법상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인 15%를 상향 조정하는 형태입니다.
통상 주담대는 안정적인 대출로 분류돼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해 왔는데, 이를 상향 조정할 경우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