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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도 못 챙겼는데"…한숨뿐인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대피소

"속옷도 못 챙겼는데"…한숨뿐인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대피소
▲ 대피소 생활 시작한 광주 광산구 주민들

"부랴부랴 집 밖으로 나오느라 속옷 한 장도 못 챙겼는데…. 메케한 연기가 밀려 들어오니 이렇게 질식하는가 했네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화마가 덮친 그제(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에서 이재민 이 모(69) 씨는 한동안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씨가 29년 동안 보금자리로 삼았던 공장 인근 아파트 단지는 불이 나기 시작한 이날 오전부터 검은 연기가 물밀듯이 세대 안으로 들어오는 피해를 봤습니다.

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은 불길에서는 굴뚝과 같은 검은 연기가 솟구쳤고, 공장과 인접한 여러 아파트 단지를 덮쳤습니다.

베란다 창문을 닫아도 새어 들어오는 검은 연기는 코끝을 찔렀고, 하얀색 양말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고 호소했습니다.

텐트 안에서 땀으로 젖어 주름진 마스크를 벗던 이 씨는 "연기를 하도 마시다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며 "도저히 아파트에서는 생활할 수가 없어 대피소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이재민은 대피소 생활을 위해 생필품이 담긴 짐꾸러미를 양손 가득 챙겨 왔어도 불편하거나 불안한 마음은 매한가지라고 했습니다.

대피소가 꾸려진 지 30여 분도 안 돼서 한 이재민은 "불안하다"며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는데, 보건소 직원들의 발 빠른 도움으로 진정하기도 했습니다.

홀로 20여 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뒤로한 채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의 시작이 걱정된다는 이재민도 있었습니다.

이 모(74) 씨는 "아무리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어도 언제 불이 꺼질지 모르니 어두운 터널에 갇힌 것만 같다"며 "외벌이라 소일거리도 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냐"고 하소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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