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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 효과" 구글에 지도 주나…국내서도 '긴장' (풀영상)

<앵커>

구글이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외국에 반출하는 걸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원래 정부가 사흘 뒤까지 결정해야 했지만, 이걸 8월로 미뤘습니다. 구글의 이런 요청은 벌써 세 번째인데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하며 관세 협상과 연계하고 있어서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엄민재 기자가 구글의 담당 부사장을 단독 인터뷰해서, 그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엄민재 기자>

구글맵에 익숙한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에서는 길 안내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당황하곤 합니다.

[엘라/관광객 : 경로를 보여주긴 하는데, 여기 보면, '버스'랑 '도보'라고만 나와요. 그런데 도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어요.]

여행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데일리 가족/관광객 : 우리가 한국에 오기 전에 (방문할) 모든 장소를 구글 지도에 미리 저장해뒀거든요.]

1대 5천 축적의 고정밀 지도가 제공되면 이런 불편은 사라진다는 게 구글의 논리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터너 구글 부사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은 한국에도 커다란 기회가 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 터너/구글 부사장(지도 정책 총괄) : 한국은 추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가 도입되면) 향후 2년간 68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고 이는 226억 달러(32조 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구글이 요청한 지도는 이미 보안시설에 가려져 있는 것이고, 구글어스 위성 영상도 추가로 보안 처리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미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냐는 질문엔 모호하게 답했습니다.

[크리스 터너/구글 부사장 :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정부 간 무역협상 자체에 대해선 특별히 알고 있는 건 없습니다.]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만들면 고정밀 지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터너 부사장은 한국 내 데이터센터 설치엔 여전히 부정적이었습니다.

[크리스 터너/구글 부사장 :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위치는 보안 이슈에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명확한 프로토콜과 소통 체계, 그리고 핫라인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관세 협상과 연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까지 고려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지도 반출 여부 결정 1차 기한은 오는 15일이지만, 한차례 연장해 8월 중에 결론 내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제 일,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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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기업들도 우리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관광업계에서는 관광객이 늘 거라는 식의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지도 정보를 활용한 우리 미래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어서 하정연 기자입니다.

<하정연 기자>

지도 앱을 클릭하자, 주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과 볼거리 정보가 영어로 표시됩니다.

최근 네이버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내놓은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2030 사용자가 네이버 지도 앱에서 가장 많이 저장해둔 곳을 소개해 주는 겁니다.

카카오맵도 최근 공항철도 실시간 혼잡도를 표시해 주는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차별화된 지도 서비스 경쟁을 구글의 시장 진입에 대비하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해외여행객 증가에 도움이 될 걸로 보는 관광업계와, 구글맵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스타트업들은 구글의 한국 지도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해외 사용자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여행 앱 운영업체들이 대표적입니다.

[윤석호/데이트립 대표 : 스타트업으로 글로벌하게 여행 분야로 지도 분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글을 사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반면 공간 정보를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를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간 정보는 자율 주행이나, 스마트시티, 도심항공교통과 같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김석종/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 : 미래 전략 산업의 핵심 인프라마저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이는 우리 산업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공간정보 기업의 99%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어서, 구글의 지도 시장 진출은 우리 생태계의 싹을 쓸어버릴 거라는 우려가 큰 겁니다.

[최경진/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 나쁘게 보면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할 수도 있는데 좋게 보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걸 수도 있거든요. 양면성이 있는 거죠.]

구글에 대한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는 안보 문제는 물론, 국내 미래 산업 생태계,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도 얽혀 있어 최종 결정까지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이상학,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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