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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추격자에서 선도국가로"…10가지 담대한 질문은?

- 기술강국으로의 재도약 위한 SBS의 다섯 가지 정책 제언

제 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개막식 모습. 개막사를 맡은 SBS 방문신 사장, 축사를 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안녕하세요.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적 실험과 깊이 있는 통찰, 혁신적인 도전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SDF(SBS D포럼) 다이어리입니다. SBS와 SBS문화재단,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 주최하는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이 지난 24일,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개최됐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기술주권 확보, 그 10가지 질문'이라는 주제를 통해 산학이 함께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 등이 만든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최고 석학과 기업 R&D 리더들이 총 10개의 도전적 과제(그랜드 퀘스트)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미래기술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방문신 SBS 사장은 개막사에서 "학자들의 연구와 기업들의 사업 전략이 동시에 논의될 때 현실성 있는 기술주권의 해법이 탄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런 새로운 방식이 학계와 기업의 공동 참여를 확대시키고 실용적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가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과 세상을 바꾸는 어젠다들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확산되고 정부 정책으로 반영돼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상임 과학기술부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각각 정부와 산업계를 대표해 축사를 했습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격화되는 세계 기술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하고 공급망, 신산업, 외교안보 관점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인 지금 우리 R&D의 '초격차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오늘 이 자리가 '초격차 대한민국'으로 가는 힘찬 발돋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인플레이션 압박, 그리고 AI가 몰고 올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라는 삼각파도가 겹쳐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뒤흔들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성장의 기반이었던 추격자 전략이나 자유무역 중심의 성장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또, "첨단과학 분야의 연구개발은 더 이상 학계나 연구소만의 과제가 아니며, 산업계와 비즈니스 리더들은 첨단과학 R&D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중장기적 비전과 책임 있는 연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축사를 한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과 이철규 국회 산자위 위원장. 정당 특별연설을 맡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이철규 위원장도 참석해 입법 활동 중인 정치권의 움직임을 소개했습니다. 최민희 위원장은 "국회 과방위는 정파를 초월해 합의로 ▲AI 인프라 확충 ▲산업계 협력 강화 ▲법·제도 정비 ▲국제협력 확대 ▲정부 예산지원 확대 등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며, "미래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은 정치권, 정부, 학계, 노사를 포함한 산업계가 함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가능한데, 학계가 질문을 던지고, 산업계가 현장을 말하며, 공동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철규 위원장은 "국회 산자위에서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美 관세조치 대응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안(산업부 13개 사업, 9,591억 원)과 중소기업의 통상 리스크 대응 및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안(중기부 16개 사업, 5조 112억 원)을 상정하여 심의 중에 있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이 자리에 계신 과학기술계 석학 여러분, 기업의 리더 여러분의 치열한 도전을 힘있게 지원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야 대선 경선후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정책 경쟁을 벌였습니다. (지난 24일 포럼이 열릴 당시) 각 당 대선 후보 8명은 영상을 통해 공통적으로 AI 등 첨단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핵심임에 공감했습니다. 기술주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고 중요한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당 특별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최형두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는 "AI 혁명 유레카의 순간은 2016년 봄 알파고 이세돌 대국으로 서울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정치 싸움에만 몰두했다"며 자성하면서 "담대한 과학기술 투자만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교육 의료' 분야에서의 AI 활용을 강조하면서 전 국민 1대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AI 디지털교과서와 선제적 건강 AI 국민건강 돌봄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K방산, K원전, K조선 같은 제조업 AI라며 진정한 승부처는 K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 AI"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최 의원은 "AI는 막대한 전기에너지 싸움으로 전기 없이는AI도 없고, 신재생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SMR을 비롯한 과감한 에너지 믹스, 혁신적인 전력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의 힘은 "호남 영남 충청 강원을 비롯한 17개 시도가 AI 혁명으로 고르게 발전하도록 국토에너지 인프라 균형발전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한국경제 저성장 위기 원인 중 하나가 기술경쟁력 저하기 때문에 기술경쟁력의 회복 없이는 경제의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원장은 "민주당은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힌 뒤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생태계를 혁신하여 긴 호흡이 필요한 기초연구와 전략기술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의 처우 개선을 통해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아니라 판을 바꾸는 창의적 연구에 장기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AI인프라 구축을 위해 GPU 5만 개 이상 규모의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국내 기업들의 NPU 등 AI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겠다"며 "고품질의 학습용 데이터 확보를 위해 공공데이터부터 활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민주당은 AI 규제를 합리화하고 민간과 함께 1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여 AI딥테크 유망기업들을 육성하고 다시 민간 분야의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선정된 10가지 '그랜드 퀘스트' 주제를 설명 중인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이정동 교수

'그랜드 퀘스트'의 입안자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기술주권 확보, 그 10가지 질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놀라운 성공의 이면에는 선진기술이라는 벤치마크를 목표로 놓고 그를 따라잡고자 하는 추격의 모델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 추격의 과정이 너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선진기술이라는 모범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 도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중 기술경쟁과 기술주권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를 추격해오는 줄 알았던 중국은 이미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 산업을 앞서나가고 있다"며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유일한 길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 독창적인 기술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랜드 퀘스트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기술 주권을 가지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뭐가 달라져야 할까요? 특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SBS는 <SBS X 그랜드 퀘스트>에 참여한 석학들과 업계 리더들을 심층 인터뷰한 뒤 기술강국으로의 재도약을 위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언했습니다. 우선, '컨트롤타워'에 대해 주문했습니다. 기술주권 확보는 이제 과학 영역 뿐 아니라 산업, 통상, 국방, 안보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공조'의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범부처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황인데요. 예를 들어 중국은 국무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AI 전략이'딥시크' 탄생을 이끌었다면, 한국은 4개 부처가 산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비유될 만큼 격해진 기술 패권 경쟁, 비상시 민첩한 대응을 위해 '기술주권 워룸' 설치를 제언했습니다.

또, '워룸' 리더를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혁신부총리'와 같은 이름으로 총괄 거버넌스 체계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현 과기부나 산업부를 확대 개편할 지, 관련 기능을 모아 대부처를 신설할지 등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력' 문제로 꼽힙니다. 한국 AI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으로 인재 부족이 꼽힐 정도로 기술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1만 명당 AI 인재 이동지표를 보면 2023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인재의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는 겁니다. 중국이 '천인계획'을 내세워 기술 인재를 영입을 시작한 게 무려 17년 전, 과학자들 탈출을 막을 '브레인 홈 코리아'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차등적 보상과 지원, 비자 정책 등 완전히 틀을 깨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는 주문입니다.

정치와 별개로 이뤄지는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기술정책, '공무원, 행정 중심'보다 '과학자 중심'의 실질적 지원 결정도 모두가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마다 R&D 정책은 오락가락했고, 지원 기관과 시스템이 파편화 되어있다 보니 수많은 펀드가 나눠주기식 또는 중복 집행돼 왔는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성과와 연동하는 최적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제조업 부활'을 내건 미국의 통상 전쟁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경고를 날렸습니다. K조선, K방산에 대한 러브콜에서 보듯, 그 공격에 대응할 카드도 결국 우리 전략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입니다. AI에 대한 수 백조 투자 계획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제조업에 AI를 입힌 기술 혁신, '제조+AI' 고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그랜드 퀘스트

이번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에는 시스템대사공학의 창시자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 30년째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이어온 기초연구의 대가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학계 최고 수준의 교수들이 함께했습니다. 삼성, LG, SK, 한화, CJ, KT,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메디톡스 등 유수의 선도적 기업 관계자들도 참여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청중들도 이른 시간부터 마지막 세션까지 150석의 좌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과학·기술계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습니다. <SBS X 그랜드 퀘스트> 각 연사들의 발표는 다음 달 7일부터 사흘간 낮 12시 50분에, 그리고 5월 11일 밤 12시 20분에 SBS TV 채널에서 방영되며, 이번 포럼을 다룬 특집 다큐도 다음 달 편성될 예정입니다.
글: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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