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티로더와 로레알은 럭셔리 뷰티 시장의 대표 라이벌입니다. 하지만 최근 실적 흐름은 엇갈리고 있는데요. 로레알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에스티로더는 긴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발표된 2025 회계연도 2분기(10월~12월) 실적에서도 에스티로더는 전년 대비 6.4% 매출이 감소했고,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로레알은 작년 한 해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두 기업 모두 럭셔리 뷰티를 중심에 두고 성장해 왔지만, 이후의 전략 차이에서 결과가 갈렸습니다. 로레알은 컨슈머(3CE 등)와 더마(라로슈포제 등) 라인까지 아우르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고, 최근에는 한국의 닥터지까지 인수하며 이를 강화했습니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럭셔리에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에스티로더, 라 메르, 크리니크 등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전체의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문제는 세계적인 소비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럭셔리 시장 수요가 급감했다는 겁니다. 에스티로더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다각화를 해온 로레알은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전략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명품 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LVMH와 에르메스를 보면 다른 사례도 존재하거든요. LVMH는 '명품 제국'이라는 별명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루이뷔통, 디올을 비롯해 화장품, 시계, 주류까지 포트폴리오가 탄탄하죠. 반면 에르메스는 단 하나,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만으로 운영됩니다. 그것도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집중 전략이 에르메스의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라는 점 덕분에 경기 침체 속에서도 고소득층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끌어모았죠. 지난해 전체 럭셔리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LVMH의 시가총액을 제치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LVMH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이 한때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시장 전체가 위축되자 함께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죠. 브랜드 수가 많다는 건 트렌드 변화에 강한 대신, 시장 전체 흐름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던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요? 물론 포트폴리오 전략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방어적인 관점에서는 유의미한 전략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 최근 부진하다고 해도 LVMH는 구찌와 생로랑을 보유한 케링 그룹보다 더 나은 상황이고요. 에르메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란 매우 어렵다는 걸 고려하면, 포트폴리오 전략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죠.
여기서 하나 더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에르메스도 엄밀히 따지면 포트폴리오 전략을 아주 잘 펼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포지션과 가격대로만 보면 마치 한 지점에 올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매 지역을 고르게 분산하며 리스크를 관리해 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럭셔리 시장 침체는 중국 시장의 부진에서 비롯된 측면도 큽니다. 케링이나 에스티로더처럼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기업일수록 더 크게 흔들리고 있죠. 반면 에르메스와 로레알은 주요 시장 비중을 고르게 가져가며 오히려 안정적인 성과를 냈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