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을 응용해 로봇,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한국이 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산업연구원은 오늘(27일) '미중 경쟁에 따른 중국의 AI 혁신 전략과 우리 산업의 대응'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지난 1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가는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이 추격형 기술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선도적 신기술 개발도 가능한 사례로 인식되며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이 AI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로봇,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식 AI 제조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 내에 중국발 AI 기술혁신이 3대 분야에 구현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 주력인 기계, 모빌리티, 바이오산업에 큰 파도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미국이 AI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 분야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중국이 데이터와 제조업 강국의 강점을 활용해 AI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사이 한국은 추격자 위치에 놓이게 됐으며 기술 추격을 위한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다만,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구축돼 있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와 전략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일례로 한국 정부가 지난 2월 2027년까지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약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보다 한 달 앞서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은 향후 5년간 AI 산업계에 1조 위안(약 200조 원)의 특별 종합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며 투자 규모·속도에서 차이를 대비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기술 등 기술협력보다 미국이 보유하지 못한 제조업 기반, 인재 등을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 및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드론, 로봇, 자율주행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활용하면 AI를 적용한 드론,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표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과 보안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한국이 점을 보유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반도체와 로봇, 바이오 제조, 의료 분야에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선제적 수출·투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