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엉덩이뼈
고대 로마 검투사 묘지로 추정되는 영국 요크 지역 유적에서 사자 이빨 자국 등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유골들이 발견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는 유럽에서 발견된 로마 시대 검투사와 동물 간 싸움에 대한 첫 물리적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팀 톰슨 교수가 이끄는 아일랜드·영국 공동 연구팀은 24일 온라인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영국 요크 지역의 고대 로마 도시 에보라쿰 근처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에서 사자 등 대형 육식동물에게 물린 자국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로마 시대 인간과 동물 간 검투를 보여주는 최초의 물리적 증거라며 로마 시대 오락 행위의 잔혹성과 이런 잔혹한 검투가 당시 로마 지역을 넘어서 널리 확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분석한 유골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검투사 묘지 중 하나인 요크 지역 드리필드 테르스에서 발굴된 것으로 2~3세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는 2004년부터 잘 보존된 젊은 남성 유골 80여 구가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사자에게 물리는 검투사의 이미지는 로마 시대 모자이크와 도자기, 조각 등에 많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검투사의 유골 등에서 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다고 짚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요크 지역에서 발굴된 유골에 남아 있는 자국들을 3차원으로 스캔한 다음, 이를 현대 동물학 표본 등을 이용해 다양한 동물들에게 물린 자국과 면밀히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한 검투사의 엉덩이뼈 등에 남아 있는 자국들이 사자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이빨 자국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골에 사자 이빨 자국이 있는 검투사는 사망 당시 26~35세였으며, 분석 결과 사자에게 물린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이것이 사망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은 로마 시대 영국에 사자 같은 이국적 동물이 있었고 이들과 검투사의 싸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로마 시대 영국에 대한 지식에 새로운 자원을 더해주고, 이 지역의 삶에 대한 연구에 새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톰슨 교수는 "로마의 검투사가 사자 같은 맹수와 싸우는 광경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텍스트와 예술적 묘사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이 발견은 그런 행위가 실제였음을 직접 보여주는 첫 물리적 증거로 로마 시대 오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Maynooth University·PLOS One / Thompson et al. 제공,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