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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민주주의를 일터로"…파면 이후 우리 일터도 변하나?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

탄핵집회 (사진=연합뉴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계엄이 선포되어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들을 싸그리 처벌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당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 내용 중 일부다.

이 상담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얼마나 괴로우면, 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단이 얼마나 부족하다고 느끼면 계엄이라도 해서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였다.

계엄으로 일터에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임금을 체불하지 말라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노동자가 침묵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직장인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니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는 수많은 직장인이 참여했다. 직장갑질119가 2025년 2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12.5%)이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집회 참석 여부와 별개로, 직장인 1,000명 중 68.7%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자체가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63.3%는 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한국 정치가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내란을 진압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모든 과정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일터에 대한 기대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설문 결과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일터에서도 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한국 정치의 변화보다 일터의 변화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일터가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대(52.7%), 조합원(54.3%), 공공기관(56.7%)에서 높게 나타났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대(59.2%), 5인 미만(60.6%)에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청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보다 냉소적으로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와 냉소는 직장인 개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당시 광장에 울려 퍼졌던 '더 나은 일터를 위한 요구'는 집회 이후 일터에 끝내 가 닿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 바 있다. 그 당시에도 광장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불안하고 차별적인 노동, 위험한 일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직장인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으며, 모든 일터에서는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공약이 제시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기업 부담이 커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해서'라는 등의 변명을 앞세워 추진되지 않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법안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곤 한다.

일터를 바꾸기 위해 계엄을 기원하는 대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책임을 부과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일터의 관행을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곳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어야 한다. 일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광장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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