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발 무역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국채의 장단기물 간 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966%로 전주 대비 30.2bp(bp=0.01%p) 올랐습니다.
이에 비해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875%로 전주 대비 46.3bp 급등했는데, 1987년 4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입니다.
이에 따라 2년물 대비 30년물 금리 격차가 90.9bp로 커졌습니다.
이런 격차는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2년물 대비 30년물 금리 격차가 9주 연속 확대됐는데 이는 자사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래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만 있었던 흐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4.492%로 전주 대비 49.2bp 급등했습니다.
약 24년 만의 최대 주간 상승 폭입니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더욱 늘릴 감세를 논의하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조치들을 내놓으면서 미 국채 수요가 근본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장기채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관세 조치로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단기물 금리는 장기물보다 상대적으로 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단기물에 비해 장기물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른바 '스티프너 트레이드'(Steepener trade) 베팅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지난주 장기물 투매 현상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미 국채 관련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참여해온 헤지펀드들이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 포지션 청산에 나서고 있다거나 무역 전쟁으로 기업 전망이 어두워지자 은행이 고객들의 유동성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금 조달에 나서면서 보유 국채를 처분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자입니다.

채권 시장 변동성이 증폭된 가운데 월가에서는 연준이 개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일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이 필요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 연방 의회의) 예산안 협상을 주시하고 있으며, 더 큰 패키지(재정적자) 조짐도 국채 수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급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주 미국 채권 펀드에서 156억 달러가 순유출됐는데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대 주간 순유출 규모라고 로이터 통신이 시장조사업체 LSEG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