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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효에 금융시장 또 출렁…한국 경제, 수출·내수 동반 위기

미국 관세발효에 금융시장 또 출렁…한국 경제, 수출·내수 동반 위기
▲ 미국 상호관세 발효, 코스피 2,300선 아래로

미국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된 9일,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도 다시 고조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0원대 후반까지 뛰었고, 코스피 지수는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수 개월의 리더십 공백 속에 부진한 내수, 불안한 수출 전망까지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역성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가)는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입니다.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높은 1,484.0원으로 출발한 뒤 9시 10분 1,487.6원까지 올랐습니다.

오전 중 1,476.9원까지 내렸던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가 정식으로 발효된 오후 1시 다시 1,487원 선까지 반등한 뒤 내내 1,480원대에서 움직였습니다.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되고 미국·중국 간 관세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장에는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습니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오늘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됐다"며 "미·중 관세 충돌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심리가 극대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원화는 안전자산인 엔화를 기준으로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20.91원입니다.

지난 2022년 3월 17일(1,022.27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고,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98.68원)보다 22.23원 급등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도 이날 약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주저 앉았습니다.

코스피는 오늘 전일보다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피 종가가 2,3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23년 10월 31일(2,293.61) 이후 1년 5개월여 만입니다.

지수는 전장 대비 4.24포인트(0.18%) 내린 2,329.99로 출발한 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우선 협상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힘입어 오전에는 2,320선 인근에서 선방했습니다.

그러나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오후 1시를 기해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습니다.

장 중 한때 2,280대까지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현물에서 1조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했습니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입니다.

기관도 704억 원어치를 팔아 지수 하락에 기여했습니다.

개인은 9천395억 원의 매수 우위였습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에서 5천932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현선물을 합쳐 1조 6천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 부진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 주요 수출 대상국의 동시다발적 관세 장벽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수출 여건 악화는 생산 축소와 신규 투자 지연으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내수 회복세를 더 더디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 눈높이를 줄줄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오늘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직전 전망치보다 0.5%포인트(p) 내렸습니다.

미국 상호관세 발표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전망치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달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내렸고, 한국은행도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은은 세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올해 성장률이 0.1%p 더 하락해 1.4%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는데, 미국의 보편·상호관세에 중국 등의 보복관세까지 이어진 현재 상황은 한은이 두 달 전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보다 더 나빠 보인다는 게 대체적 시각입니다.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평균은 3월 말 기준 1.4%이며,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0.9%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JP모건은 전날 0.7%까지 낮췄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막히면 결국 기업들은 생산과 일자리를 줄이고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대 성장률은 커녕, 역성장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작년까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난 탓에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10조 원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추진으로 통상갈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정치권에서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보복관세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번 추경은 그 어느 때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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