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참사 원인이 공항시설 같은 구조적인 문제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조사할 수 있는 조사 기구의 독립성이 더욱 필수적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사고조사위원회가 공항 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다 보니, 투명한 조사가 가능하겠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서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 직후, 미 교통안전위원회 NTSB는 연방항공청을 향해 한 달 만에 3건의 긴급 안전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조사관 : 우리는 (사고 조사가 끝날 걸로 보이는) 2년 후가 아닌, 지금 당장 항공 안전을 개선해야 합니다.]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운항 경로 변경 등 필요한 개선 조치는 즉시 주문한 겁니다.
이에 비해 우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지난 10년간 조치 사항을 보면, 항공 사고 16건과 관련해 국토부를 상대로 안전 권고를 한 건 3건에 불과합니다.
국토부 장관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지휘, 감독하고 인사와 예산권을 행사하다 보니 독립성 문제가 수시로 도마에 오릅니다.
[제프 구제티/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NTSB가 교통부에서 분리된 겁니다. NTSB가 FAA에 권고를 하려 했지만 FAA는 '우리를 망신 주지 말아 달라, 같은 식구니까 내부적으로 처리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산하에 있던 미 NTSB도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1975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분리됐습니다.
[크리스토퍼 하트/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위원장 : 대개 규제기관이 어떤 일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가 사고 발생 여건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이 규제기관에 있을 경우, 스스로 그걸 보고서에 담으려 하진 않겠죠.]
조사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제도 개선을 선제적으로 지적하고 이행 상황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김인규/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 : (국토부 산하에 있으면) 권고 사항 내기도 어렵지만 그걸 계속해서 추궁하거나 트래킹(추적 점검) 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는 거죠.]
미 전문가들은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도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제프 구제티/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NTSB는 조종실 음성 녹음기의 전체 녹취록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인터뷰한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도 그때그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고조사 기구 독립성 강화 법안은 10여 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조사관 : 우리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항공 안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정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