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진화 임차헬기 또 추락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파서라도 '아야' 하며 깼을 텐데 (조종사가) 의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6일 오후 3시 40분쯤, 대구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가 추락해 숨진 헬기 조종사 정 모(75)씨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시민 김 모(70) 씨는 "조종사를 구하려고 했으나 불이 너무도 빨리 조종석으로 번져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라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김 씨는 사고지점에서 약 50m 떨어진 밭에 왔다가 헬기 추락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헬기가 초록색 천에 덮인 농막 위로 떨어지자 김 씨는 망설임 없이 헬기를 향해 내달렸습니다.
119에 신고할 새도 없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던 또 다른 시민 B씨도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왔습니다.
이들은 부서진 헬기 틈새에 끼인 조종사를 꺼내려고 부단히 애썼습니다.
그러나 의식을 잃은 조종사의 오른팔이 헬기 잔해에 끼어있어 끝내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화염은 순식간에 헬기를 덮쳐 김 씨 얼굴에도 화상을 입혔습니다.
김 씨는 그가 목격한 어이없는 사고 순간도 생생히 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이날 북구 서변동 야산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헬기 중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헬기였습니다.
그는 "사고 헬기가 두 번 정도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떴다"며 "세 번째 물을 떠서 현장으로 가던 중 갑자기 헬기가 농막 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내려오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헬기가 계속 고도를 높이지 못하던 중 지상 5m 높이 상공에서 '멈칫'하더니 헬기 밑에 달려 있던 물통(물 버킷)이 헬기 뒤쪽에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며 "헬기 뒤쪽에 달려있던 프로펠러가 농막과 부딪히더니 위아래가 180도 거꾸로 뒤집혀서 그대로 떨어졌다"라고 사고 순간을 전했습니다.
사고가 난 농막은 초록색 상단 천이 찢어져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채였습니다.
한바탕 불길이 지나가고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의식을 잃었던 조종사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소방 당국과 경찰 등은 현장 조사 후 오후 5시 30분쯤 조종사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