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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산 집이 잿더미로…91세 할머니의 눈물

50년 산 집이 잿더미로…91세 할머니의 눈물
▲ 대피 중 다쳐 이마에 든 멍

경북 북부 5개 시·군에 번진 산불은 진화됐지만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재민들의 힘든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30일) 경북 안동 길안중 체육관에 설치된 임시텐트에 91살인 김 모 할머니가에 우두커니 앉아있었습니다.

체육관 바닥의 냉기를 막아주는 건 깔고 앉은 은색 단열재 하나뿐입니다.

아쉬운 대로 전기장판을 마련했지만 고령에 체육관 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김 할머니는 1934년 태어난 뒤 안동시 길안면 대곡2리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할머니는 이번 산불로 반세기를 살아온 집을 잃어버렸습니다.

10년을 함께해온 반려견도 미처 풀어주지 못해 곁을 떠났습니다.

불이 꺼진 뒤 집을 찾아가 묻어줬습니다.

김 할머니는 정신적 충격이 컸던 탓인지 소화가 잘 안돼 대피소에서 며칠간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왼쪽 이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고 한쪽 어깨는 불편한 듯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산불이 집을 덮쳤던 당시 급히 불을 끄려다가 창틀에 이마와 어깨를 부딪쳤습니다.

김 할머니는 제대로 걷지 못합니다.

체육관 정문에서 열 걸음이면 닿는 간이화장실은 멀게만 느껴찝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가족이 함께 부축해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김 할머니는 이날도 딸과 손녀가 태워준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딸은 먼 길을 다녀온 천 할머니의 다리를 임시텐트에서 연신 주물렀습니다.

김 할머니는 "집이랑 사과나무가 탔고 농기계 다섯 대도 폭삭 내려앉았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앞으로 임시주택에서 최소 1년은 살아야 한다는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경북도한의사회에 따르면 의성·청송·영덕·안동 대피소에 설치된 임시 한방진료소 8곳에 전날까지 나흘간 230명의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70∼80대의 고령입니다.

김봉현 경북한의사회 회장은 "진료소를 찾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근골격계질환 등 지병이 있으신 분들"이라며 "심리적인 충격까지 겹치니까 소화 불량 등의 증세도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의료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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