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핵무기국 현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에서 핵무기 비확산 문제에도 협력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계기로 글로벌 핵 군축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그동안 미국 러시아 간 전략무기 감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경우 핵군축 논의에서 빠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계기로 핵확산 중단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입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했다는 점에서, 미러간 비확산 문제 협력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전략무기의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키로 했다고 백악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글로벌 안보와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한 협력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군비통제협회의 1월 업데이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1만 2,400개의 핵무기가 있으며 이 가운데 90% 가까이를 미국(5,225개)과 러시아(5,580개)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때부터 핵무기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했으며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Ⅰ·1991년)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도 체결했습니다.
2011년부터 발효된 뉴스타트에 따라 양측은 전략무기를 감축하도록 합의돼 있었으나 현재는 사실상 가동이 안 되는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만약 양측간 협력이 재개되지 않으면 뉴스타트는 내년 2월 예정대로 종료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최대 핵무기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간에는 핵무기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어떤 협정도 남지 않게 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러시아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를 문제삼아 미국이 과거 구소련과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2018년 10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SSC-8.이스칸데르-K)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조약 미준수로 보고 탈퇴로 대응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에 더해 중국도 빠르게 핵무장을 하는 상태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말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핵무기 숫자를 1천 개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노 퍼스트 유즈'(no first use)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나 검증 문제 등을 이유로 국제적인 핵 군축 협정에는 참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간 뉴스타트가 재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종료되면 내년 2월부터는 핵무기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통제 시스템이 없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핵무기의 파괴력과 핵무장에 드는 비용 등을 연일 강조하면서 핵 군축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에 첫 과제로 러시아 및 중국과의 핵 군축 회담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상황이 정리되면 내가 처음 하고 싶은 회담은 중국, 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고 무기에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회의"라면서 "나는 군사비를 반으로 줄이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도 자신의 구상에 동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취임 직후에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첫 임기 때 푸틴 대통령과 핵군축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푸틴은 핵무기를 대폭 줄이는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좋아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중국도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및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등을 계기로 글로벌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실제 어느 정도나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미국이 여전히 판단하는 상황에서 그간의 태도를 바꿔 핵 군축 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핵 군축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같이 거론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면서 핵보유국으로 반복적으로 언급한 상태입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핵 군축을 추진한다면 이는 북한이 어느 정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대북 정책의 근본적 전환에 해당합니다.
다만 트럼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과 관련, 북한의 완전 비핵화가 정책 목표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사진=미국 군비통제협회 홈페이지,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