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모국 방문 후 미국에 돌아오려던 레바논 국적의 미 브라운 대학 교수가 유효한 비자를 보유했음에도 공항에서 추방됐습니다.
미 당국은 당사자가 지난달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 NBC 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신장이식 분야 전문가로 브라운대 조교수로 임용된 라샤 알라위에(34)는 이달 13일 미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려다 구금됐습니다.
레바논에서 의대를 졸업한 알라위에 교수는 2018년부터 J1 비자로 미국에 체류하며 3개 대학에서 의사 펠로십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는 최근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를 받았고, 지난달 가족을 만나러 방문했다가 미국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알라위에 교수의 사연은 그의 사촌이 14일 청원을 제기하며 알려졌습니다.
그는 청원서에서 알라위에 교수가 유효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공항에 구금됐으며 이 기간 변호사 등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은 14일 저녁 알라위에 교수를 최소 48시간 구금하고, 추방할 경우 미리 법원에 통보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17일 법정에서 대면 심리도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 명령이 나왔을 때 알라위에 교수는 이미 보스턴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였습니다.
공항에 36시간 동안 구금됐던 그는 프랑스 파리를 거쳐 레바논으로 추방됐습니다.
법원은 15일 관세국경보호청(CBP)이 법원의 사전 통보 명령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있다며 관세국경보호청에 해명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관세국경보호청을 관할하는 국토안보부는 알라위에 교수가 구금 중 조사과정에서 지난달 나스랄라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에 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스랄라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헤즈볼라의 수장으로, 지난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습니다.
나스랄라의 장례식은 사망 5개월여 만인 지난달 23일 베이루트 교외의 대형 경기장에서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치러졌습니다.
미 연방 검찰은 알라위에 교수가 나스랄라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미국에 돌아오기 직전 사진을 삭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내고 "비자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미국인을 죽이는 테러리스트를 미화하고 지지하는 것은 비자 발급이 거부될 만한 충분한 근거"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토안보부는 알라위에 교수가 수만 명이 운집한 장례식에 참석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가 범죄 또는 이민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습니다.
알라위에 교수는 이민국 조사에서 자신은 헤즈볼라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나스랄라 등의 사진을 공유하는 친구, 가족들과 같은 왓츠앱 그룹에 들어 있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습니다.
그는 나스랄라가 시아파 무슬림 커뮤니티에선 '종교적 인물'로 존경받는다며, 자신은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종교적, 영적 가르침 때문에 그를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법원의 제동에도 외국인을 추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미 대학들은 봄방학을 앞두고 유학생들에게 출국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브라운대는 16일 교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비자나 영주권을 갖고 있더라도 개인적인 해외여행은 연기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트머스 칼리지, 컬럼비아대 등도 유학생들에게 해외여행에 주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