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최대 묘목단지를 운영하는 경산묘목조합에서 전화 금융 사기가 발생했습니다. KT 직원을 사칭한 뒤 회선 상태가 불안정해서 공사를 해야 한다며 조합 대표전화를 자신들에게 착신시키는 수법을 썼습니다.
TBC 서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2일 오전 경산묘목조합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KT 기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조합 대표전화의 회선이 불안정하니 사무실 다른 번호로 돌려놓으라고 안내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착신된 사무실 전화도 불안하다며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돌려놓을 것을 주문합니다.
[경산묘목조합 관계자 : KT인데 전화선이 불량하니깐 착신해야 한다. 전화선을 수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직원에게 착신을 유도한 거죠.]
두 차례나 대표전화를 다른 번호로 착신했던 조합은 이상한 낌새를 느껴 KT에 확인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습니다.
그 사이 묘목을 구하려고 조합에 전화했던 한 조합원이 헐값에 묘목을 분양한다는 말에 속아 범인이 불러주는 금융 계좌로 1천만 원을 보낸 겁니다.
[전화 금융 사기 피해 조합원 : 조합 사람을 다 모르니깐 이름을 다 모르니깐 조합인가 보다 생각했었죠.]
피해 사실을 확인한 조합이 경찰에 신고한 뒤 다시 전화했지만, 범인은 통신 공사가 조만간 끝난다며 태연히 대답을 늘어놓습니다.
[KT 기사 사칭 남성 (지난 14일 통화) : ((조합원) 전화 착신을 070 번호로 돌리면 됩니까?) (사칭 남성) 예, 저희가 오늘 마무리될 거예요.]
이번 사건 직전에도 경산묘목조합 직원을 사칭한 묘목 판매 문자가 전국 묘목상에게 전송되는 등 최근 묘목업계를 중심으로 전화 금융 사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희진/경산묘목조합장 : 작년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사과 대목을 수입해 주겠다며 사기를 쳤고, 이번에도 사과나무가 있다고 하면서 사기를 많이 치는데 당한 사람은 좀 되지 싶어요.]
이달 초에는 경산시가 민생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거짓 문자가 대량 발송됐고 지난주에는 성주군 명의의 쓰레기 투기 단속 문자가 살포되는 등 갖가지 형태의 스미싱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전화 금융 사기, 각종 기관의 대표번호에 지방자치단체 명의까지 범죄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노태희 TBC, 디자인 : 최성언 TBC)
TBC 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