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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SF 영화 같네…100% AI로 뮤비 만드는 시대 열렸다

한 편의 SF 영화 같네…100% AI로 뮤비 만드는 시대 열렸다
▲ AI로 제작된 아영(AYOUNG) '웨이팅 포 더 선샤인' MV

번쩍번쩍 황금색으로 빛나는 고딕풍 건물에 섬뜩한 모습의 뱀파이어들이 나타납니다.

뱀파이어는 몸에 불을 붙인 채 공중을 날아다니고, 건물 역시 이내 활활 불길에 타오릅니다.

바닥에서 손이 올라오거나,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씨익' 웃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마치 어느 고사양 게임이나 SF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이는 신인 싱어송라이터 아영(AYOUNG)의 데뷔 싱글 '웨이팅 포 더 선샤인(Waiting for the Sunshine) 뮤직비디오로, 약 2분 53초 길이의 이 영상은 100%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습니다.

AI 기술의 발달로 가요계에서도 기존 세트장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 작업 대신 AI 기술로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오늘(18일) 가요계에 따르면 '웨이팅 포 더 선샤인' 뮤직비디오는 '햇빛을 기다린다'는 곡명과 대척점에 있을 법한 존재인 뱀파이어를 등장시켜 이별 후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이의 감정을 형상화했습니다.

황금색 건물, 붉은 불길, 검은색 뱀파이어 등 강렬한 색감의 조화와 감각적인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소속사 뉴텍뮤직 관계자는 "뱀파이어들이 햇살을 기다리다가, 결국 해가 떠오르는 순간 오랜 미련에서 해방된다는 이야기를 뮤직비디오에 담았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비주얼을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인 싱어송라이터 아영(AYOUNG)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세트장과 CG가 다수 포함된 기존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면 최소 수억 원이 소요됩니다.

웬만한 인기 K팝 스타들은 뮤직비디오 제작에 10억∼20억 원을 쏟아붓는 게 예삿일이 됐고, 뮤직비디오는 음반 제작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대폭 감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웨이팅 포 더 선샤인' 뮤직비디오 제작은 뉴텍뮤직 직원 2명이 약 1개월에 걸쳐 AI 프로그램에 프레임 단위로 명령어를 입력해 영상물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에는 미드저니(이미지), 클링·미니맥스·젠-3 알파(영상) 등 총 네 가지의 AI가 활용됐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수개월에 걸쳐 AI를 배운 뒤 제작에 나섰습니다.

뉴텍뮤직 소속 음악 프로듀서 6명이 AI가 만든 영상과 노래의 싱크(Sync·동기화)를 맞추고 실감 나는 음향을 추가했습니다.

AI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선 세심한 프롬프트(명령어) 입력이 핵심입니다.

원하는 장면을 정교하게 묘사해 AI에 입력해야 하고, AI 프로그램의 특성상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입력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AI가 내놓은 장면을 두고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명령어 재입력을 거듭하며 수정해야 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AI는 매번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제작자의 세심한 검수가 요구됩니다.

뉴텍뮤직 관계자는 "특정 장면에서 어느 방향에서 햇빛이 비치는 구도로 만들어달라는 등 가능한 한 자세히 입력해야 한다"며 "AI가 만든 장면에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없는지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요계에서는 최근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뮤직비디오 제작에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가수 HYNN(박혜원)은 지난 1월 신곡 '영하' 뮤직비디오에서 AI를 활용했습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연상시키는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한 이 뮤직비디오에서 주요 장면을 구현하는 핵심 도구로 CG가 아닌 AI가 쓰였습니다.

'영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김그륜 디자이너는 "눈 덮인 오두막, 카메라를 한 번 바라본 뒤 떠나는 사슴, 고드름이 떨어지는 섬세한 인서트 컷(삽입 화면) 등을 AI로 제작했다"며 "특히 촬영 난도가 높은 사슴 장면은 AI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존 방식대로면 이러한 장면을 촬영하거나 CG로 작업하는 데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렸겠지만, AI를 활용해 단 몇 시간 만에 모든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 지난해 걸그룹 메이딘의 '우노'(UNO), 달샤벳 출신 달수빈의 '엑스트라'(Extra), 선우정아의 '욕심' 뮤직비디오 등에서 AI 기술이 일부 적용됐습니다.

한 가요 기획사 대표는 "AI는 현재의 고비용 K팝 산업 구조에서 효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신선한 혁명'"이라며 "AI는 이제 굉장히 좋은 도구가 됐다. 앞으로 새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가능하다면 AI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웨이팅 포 더 선샤인' 뮤직비디오 캡처, 뉴텍뮤직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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