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도 안 뗀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는 모습, 이제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영어유치원 가는 것도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해서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게 통계자료로도 확인됐습니다. 정부 조사해 봤더니 6살 미만 영유아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돈이 1년에 3조 원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장훈경, 이혜미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장훈경 기자>
6살 이상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한 수학 학원 앞, 아이를 데리러 온 보호자들로 북적입니다.
[아이 : 6을 썼는데 잘못 써가지고….]
또 다른 수학 학원, 오후 4시, 유치부 수업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들어옵니다.
여기에 다니려면, 매달 열리는 입학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학원 관계자 : 3월 테스트는 마감됐고요.]
수학 한 과목을 사고력, 연산, 교과 등으로 나눠 두 곳 이상 다니기도 합니다.
특정 학원 입학테스트에 붙게 해 준다는 소위 '입테 과외'나 학원도 성업 중입니다.
[학부모 : 그 반을 들어가기 위해서 뒤로 물밑 경쟁이 굉장히 심해요. 그래서 서브(학원), 과외 시장도 더 커졌고. 서브(학원), 과외를 하게 된다면 과목당 150만 원 들어가는.]
영어 사교육은 더 활발합니다.
유명 영어학원 입학시험인 '7세 고시'에 이어, 영어 유치원 입학을 위한 '4세 고시'도 등장했습니다.
[학부모 : 초등 영어 학원이 마치 대학 서열 같아요. 그래서 7세 영어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좋은 학원을 들어갔다, 이게 어떻게 보면 대학 들어가는 것처럼 됐어요.]
미취학 아동의 학원 로드맵을 짜주는 컨설팅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 : 수학도 해야 하고 영어도 해야 하고 국어도 해야 되고 세 과목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몇 살부터 시작을….) 한글 떼자마자 그냥 바로 하는 거 같아요. 빨리빨리 움직이는 어머님들은.]
정부가 처음 실시한 6세 미만 영유아 사교육 조사에서는, 5살의 81%가 사교육을 받는 걸로 조사됐는데 2살 이하에서도 24%나 됐습니다.
사교육을 할 경우 월평균 1인당 33만 2천 원을 지출했지만, 영어 유치원을 보내면 154만 5천 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여호용·여호원/대치동 학원 원장 : (선행)해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착각을 하면서 그게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무리하게 1년, 2년, 3년 선행을 앞서 나가서 하는 게 거의 유행처럼 번져 있는.]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신소영)

<이혜미 기자>
사교육 과열은 취학 이후로도 이어집니다.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 모든 학년에서 사교육비가 증가한 가운데 1인당 월 사교육비 증가율이 가장 크게 뛴 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사교육 참여율도 초등학교 2, 3학년이 90%를 넘겨 초중고 전 학년 통틀어 가장 높았습니다.
[권삼수/교육부 교육데이터담당관 : 아이들을 제대로 한번 키워보겠다고 하는 심리들이 많이 작동되는 것 같고, 거기에(주변에) 같이 동조해서 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4년 연속 증가해 30조 원 턱밑에 도달했습니다.
이마저도 방과후학교나 EBS 교재비, 어학연수 비용 등은 뺀 금액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 시장이 조기화, 속진화, 광역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사교육 연령이 어려지고 진도가 빨라져, 이젠 초등생이 수능 영어나 고등 수학을 배우는 게 희귀하지 않다는 겁니다.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얘기만도 아닙니다.
[구본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 이제는 (사교육 업체들이) 초등학생에게 중학생 과정은 물론이고 고등학생 과정까지 쪼개서 가르치는 상품들을 판매해야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초등 의대반'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선행 마케팅과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한 심리가 결합해, 사교육 시장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과도한 마케팅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휘둘리지 않게 입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학원의 교육과정을 비교,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단 지적입니다.
[신소영/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 도대체 사교육에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인지 상품별로 나이스 학원 정보시스템에 공시하는 그런 체제로 간다면 사교육 기관의 교육 과정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와 학생 불안을 높이는 잦은 입시제도 변화를 지양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대학 체제를 개편해야 장기적으로 사교육 과열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조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