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다수가 많은 시간을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에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2022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조응천 당시 의원이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경기도민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한 장면을 상영하면서 경기도민의 이런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경기도민들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면서 인생의 20%를 길에서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와 인구주택총조사, 국토교통부의 국가교통조사 등 출·퇴근 시간과 관련한 국가 통계를 보면 경기도민만 유달리 출퇴근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기도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 28분으로, 전국 평균(1시간 16분)보다 12분 더 길었습니다.
하루에 7시간을 자고 17시간 깨어 있다고 가정하면,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은 전체 활동 시간의 약 9%에 해당합니다.
인생의 20%를 길에서 보낸다는 표현은 과장된 셈입니다.
게다가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긴 것도 아닙니다.
통계청이 5년마다 발표하는 생활시간조사에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5차례 조사에서 모두 서울시가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길었습니다.
서울시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이 2019년 기준 1시간 31분으로, 경기도보다 3분 더 많았습니다.
단, 경기도의 출·퇴근 시간이 지난 20년 사이 11분 늘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출·퇴근 시간이 9분 늘었습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의 통근·통학 평균 소요 시간을 보면 2020년 기준 경기도가 35.3분으로 서울(37.2분)보다 1.9분 짧았습니다.
역시 과거 수치까지 돌아보면 통근·통학 평균 소요 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서울시였습니다.
이 자료는 주거지에서 직장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을 조사한 것으로, '편도' 개념이어서 앞선 출·퇴근 시간의 절반 수준에 해당합니다.
단, 통근·통학 평균 소요 시간엔 학생들의 통학 시간도 포함돼 있고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까닭에 통근·통학 평균 소요 시간을 2배로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에 못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장시간 통근자의 비중도 서울시가 경기도보다 많았습니다.

출퇴근 인구 가운데 통근 시간이 1시간이 넘는 인구의 비율이 2020년 기준 서울시가 24.5%로, 경기도(23.8%)보다 0.7%포인트 높았습니다.
장시간 통근자 비율이 서울시가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기도 했습니다.
전국 평균은 15.3%였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국가교통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기도의 출근 시간이 41.7분으로, 전국 평균(23.6분)의 배에 육박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근 시간이 40분대였습니다.
출근 시간이 2번째로 긴 지역은 인천시로 36.6분이었고, 서울시는 34.8분으로 그다음이었습니다.
귀가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도가 36.3분으로 가장 길었고, 인천시(32.5분)와 서울시(30.1분)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출근과 귀가를 더한 통근 시간은 경기도가 78분, 즉 1시간 18분으로, 전국에서 가장 길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도민이 인생의 20%(하루 활동 시간의 20%인 3시간 24분)를 출·퇴근에 쓴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경기도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기도민의 평균 통근 소요 시간(편도 기준)은 39.4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왕복 기준으로 환산하면 1시간 19분 정도가 됩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서의 2019년 기준 경기도의 출·퇴근 시간(1시간 28분)이나 국토교통부의 국가교통조사에서의 2016년 기준 통근 시간(1시간 18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도의 사회조사는 통근 지역별로도 세분화해 통근 소요 시간을 조사하는데 그 수치가 흥미롭습니다.
이에 따르면 거주 시군 내로 통근하는 경우 통근 시간이 편도 기준으로 23.6분에 그치는데, 도내 다른 시·군으로 통근하는 경우는 47.9분, 인천으로 가는 경우는 58분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우 통근 시간은 67.3분에 달했습니다.
경기도민의 출·퇴근 고난이 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우를 말하므로 왕복 기준으론 2시간 15분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 사례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 역시 '인생의 20%'(3시간 24분)엔 미치지 못하지만,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서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긴 서울시의 1시간 31분보다는 44분이나 많아 적지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경기도민의 62.0%가 통근하는데 이 중 20.3%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어 경기도민 8명 중 1명은 하루에 2시간 15분을 출·퇴근하는 데 쓰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경기도민 8명 중 1명은 인생의 13%가량을 길에서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