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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아 쓰러지는 중견 건설사…건설위기 어디까지 확산하나

잇달아 쓰러지는 중견 건설사…건설위기 어디까지 확산하나
▲ 신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동아건설 본사 모습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연이어 쓰러지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부도업체가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업계 2위인 현대건설이 23년 만에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건설업계 상황은 계속 악화해 왔습니다.

올해 건설 경기 전망도 좋지 않은 데에다 새해 들어 시공 능력 평가 50∼70위권의 중견건설 업체 두 곳이 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삼부토건 지난해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 71위의 중견업체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에 비하면 회사 규모는 작지만 1948년 설립돼 77년의 업력을 가진 데에다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 면허 보유사라는 점에서 국내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큽니다.

최근에는 주로 1천억 원 미만의 도로 건설 공사나 300가구 미만의 중형 주택 건설 공사를 맡아 진행하며 꾸준히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도 회사 영업 성적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손실을 내며 악화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678억 원 손실을 보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확대했습니다.

이 기간 매출원가율은 133.3%로,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비용이 더 나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채비율은 838.5%에 달했고, 부채 총계는 3천772억 원입니다.

앞서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와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도 법원에 회생을 신청해 지난달부터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으로, 시공 능력 평가 58위의 중견 기업임에도 60억 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습니다.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도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시공 능력 평가 103위인 이 회사는 1948년 설립 이후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철도, 항만 인프라와 주택,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에 따른 미수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부도 처리된 전북지역 건설업체 제일건설은 이달 19일부터 법원의 허가를 얻어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에는 최근 급등한 공사비와 침체한 부동산 경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바로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며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0년 12월 102.04에서 지난해 12월 130.8로 27.6% 상승했습니다.

특히 2021∼2022년 공사비 급등 시기에 착공한 공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점차 마무리되며 지난해 건설사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업계 2위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 손실 1조 2천209억 원이라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23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영업이익(4천31억 원)이 전년보다 39.2% 줄었습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천818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룹 계열사로 묶이거나 비상장 건설사들의 실적이 다음 달부터 공개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대형 건설사들의 영업 손실 또는 이익 폭 축소 행렬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 등으로 올해 말까지는 건설 경기가 회복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무엇보다 건설사 매출과 실적으로 직결되는 공사 물량 급감이 예고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 건설경기 전문가는 "건설공사 수주는 2023년부터 감소 추세인데 금융권 입장에서는 수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버티는 업체들에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 원 정도 감소한 상황에서 예전에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못 버텼다면 지금은 중견 업체들이 하나, 둘씩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토목, 건축을 포함한 SOC 예산을 1조 2천억 원(5.8%) 줄인 19조 6천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부토건도 관이 발주하는 토목 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로 알고 있는데 중견, 중소업체는 대형 재건축 수주전 같은 데에는 참여할 여력이 없어 공공 발주 공사가 줄어들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2023년 기준 자료로 중견 건설업체 2천개 중 47.5%가 번 돈으로 이자를 못 냈고, 3년 연속으로 이자 못 낸 업체는 20%를 넘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특히 계열사가 없는 중견, 중소 업체는 지금 시점에서는 내일 당장 어떤 회사든지 법정 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안 좋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런 업체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실장은 다만 "건설경기 전반이라는 측면에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저점이고 회복할 전망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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