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12월 3일 밤을 떠올리며 "로제의 노래 '아파트'의 빌보드 차트 순위를 확인하려고 한 순간 계엄령 뉴스를 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마크 러팔로가 '괜찮냐. 안전하길 바란다'면서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 이렇게 이 행사가 열린 것처럼 음악도 영화도 우리의 일상도 거침없이 계속된다. 계엄을 극복한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다. 저는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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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기생충'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다룬 영화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어떤 깃발을 꽂고 만들진 않는다. 지하에 사는 기우가 어떤 생각을 할까로 출발한 영화다. '미키 17'도 마찬가지다. 미키가 자기 몸이 프린터에서 나올 때 어떤 마음일까가 궁금했다. 자본주의를 분석한다거나 자본주의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건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의 책에 더 잘 나와있다. 나는 영화로 사람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잘 나누고 싶다. '미키17'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기 원한다. 미키라는 주인공이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 결국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결국 그는 파괴되지 않았다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오는 28일 국내에 개봉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