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주역으로 데뷔했던 배우 오석원 씨. 그는 15년간 뮤지컬 무대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2019년 배우를 그만두고 유통회사에 들어가 창고에서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가 가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내가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정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그는 2023년 꽤 길었던 '외도'를 마치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고, 지금은 뮤지컬 '알라딘'에서 앙상블 배우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가 무대로 복귀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전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배우라는 '직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뮤지컬 배우가 직업으로서는 어때요?
오석원 배우 : 직업으로서요? 모르겠어요. 저는 너무 좋아해서... 저는 좋은 예가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리고 저는 중간에 잠깐 무대를 떠나 있던 시기가 있었어요.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왜요? 여쭤봐도 돼요?
오석원 배우 : 네, 저는 그러니까 첫 아이를 갖게 됐을 때 제 자신을 못 믿었어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다시 말하면 내가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저 스스로 믿어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 그래서 '아, 나는 여기까지구나' 하고 유통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한 3년? 창고에서 시작해서 그래도 또 나름 열심히 해서 과장까지 갔는데 그 시간이 너무 너무 비참했어요, 저는.
그러니까 제가 머리로는 선택을 했는데 마음이 그걸 따라잡지 못한 것 같아요. 그 결정을. 제 안에서 계속 갈등이 점점 깊어지기만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어려워하니까, 심신이 완전히 망가지기 시작하니까 색시가 "오빠 진짜 잡겠다. 이거는 아니다" 그래서 상의해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를 하고, 그러고도 조금 방황이 있었어요. 한 1년 정도.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먹고살아야 돼? 어떻게 키워야 돼?' 막 이러다가, 이게 생각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너무너무 그리운 거예요.
백두산 배우 : 무대가.
오석원 배우 : 네. 딱 그 결정을 내렸을 때는 '난 할 만큼 했고 난 미련 없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병희 아나운서 : 몇 년 하시고 그렇게 하신 거예요?
오석원 배우 : 제가 2019년까지 했거든요.
김수현 기자 : 아, 2004년에서 그럼 한 15년 하고 나서.
오석원 배우 : 15년 정도. 근데 그래가지고 다시 이제 복귀 준비를 해서 복귀를 2023년에. 그래서 '알라딘' 오디션을 진짜 더 치열하게 봤던 것 같아요. '난 이걸 무조건 해야 돼. 나한텐 다른 옵션이 없어.'
백두산 배우 : 맞아. 그래서 잠깐 떠나 있는 시기에, 저희 서로 부부끼리 다 친해서 이제 석원이랑 만났었는데, 무대에 있어야 될 친구가 무대에 없다 보니 정말 석원이가 너무 안 좋은 게 보이는 거예요, 친구로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와이프랑 '석원이가 많이 힘든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게.' 그러니까 무대에 있어야 되는데, 무대에서 빛이 나야 되는데 지금 저 친구가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려고 저렇게 선택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안쓰러운 거예요. 그래서 그때 석원이랑 아는 모든 주변 사람들이 되게 많이 좀 걱정을 했었거든요. 이 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다 봐서. 그랬었죠. 근데 다시 무대로 돌아오고 원래대로.
오석원 배우 : 근데 저는 그게, 지금 결과론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어쨌든 제 배우로서의 삶에도 그렇지만 인간으로서의 오석원한테도 진짜 되게 중요한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엄청 큰 자양분, 그러니까 엄청 큰 배움이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살면서 뭐에 집중을 해야 되는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해야 되는지 그런 것들을 되게 많이 가르쳐줬어요, 그 시간 동안. 한 4~5년 정도.
김수현 기자 : 그게 2020년, 그때 코로나 기간하고도 또 겹치네요?
오석원 배우 : 네. 그래서 동료들한테 저만의 죄책감이 있어요. 코로나 직전에 제가 무대를 떠났거든요. 그래서 사실 저는 코로나 기간에 무대를 겪어본 적이 없어요. 그걸 이제 다른 곳에서 겪었지만 어쨌든 그때 배우들이,
김수현 기자 : 무대에 못 서고.
오석원 배우 : 진짜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상실과 상처와 고통과 괴로움을,
백두산 배우 : 진짜 힘들었지.
오석원 배우 : 곁에서 그냥 보면서 좀... 그걸 알고 한 게 절대 아닌데도, 그럴 수도 없는 거지만, 되게 스스로 좀 비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김수현 기자 : 그때 그렇게 배우를 잠깐 그만두셨던 거는 이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런 생각을 하셔서.
오석원 배우 : 저는 그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공연을 해야지만 수입이 들어오고, 또 그게 딱딱 맞춰서 온다는 보장은 없어 보이고.
오석원 배우 : 맞아요. 그리고 이제 또 배우들이 코로나라는 어마무시한 사건이라고 해야 되나? 일을 겪다 보니까 이게 더 무서워진 것 같아요. 언제든지 내가 이걸 빼앗길 수 있고, 내가 갑자기 소위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다는 걸. 근데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건, 말씀하셨듯이 매번 오디션을 봐야 되고 매번 내가 작품을 얻어내야 되고 하는 게, 안정성은 거기서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금전적인 거, 경제적인 거 이런 것도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선택해서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의 문제지, 배우라서 불안하고 불안정한 건 저는 아닌 것 같아요. 해보니까. 그럼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왔을 때 내 삶이 정말 안정적이었냐? 저는 그때가 제일 불안정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 훨씬 안정적이에요.
물론 저희가 장기 공연을 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웃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 봐야 8개월, 1년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저희는 6월이면 공연이 끝날 거고 기한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게 아무리 장기여도. 그럼 그 이후의 삶을 계획을 세워야 되고 준비를 해야 될 텐데 그건 사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해보니까. 배우라서 더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백두산 배우 : 맞아.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