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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주연, 조연 배우 외에, 군무나 코러스를 맡으며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배우들을 앙상블 배우라고 합니다. 화제의 뮤지컬 '알라딘'에서 활약 중인 '갓상블' 백두산·오석원 배우를 만나봤습니다. 오석원 씨는 원래 맡은 역 외에도 여러 캐릭터의 '커버'를 맡고 있는데요, 그 캐릭터를 맡은 배우에게 사정이 생길 경우 커버가 대신 출연합니다.
커버 중에서도 '스윙'으로 불리는 배우들은 평소에는 무대에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일이 생기면 바로 무대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여러 역할은 완벽하게 익히고, 대기 상태를 유지합니다. 3초 만에 옷을 갈아입는 퀵 체인지의 마법, 그리고 스윙 배우들의 특별한 공연 이야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뮤지컬 이야기 만나보세요.
김수현 기자 : 아까 여기 들어오기 전에 들었는데 '여기 퀵 체인지가 많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의상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갈아입어야 되는. 어떤 장면이 그런가요?
백두산 배우 :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석원 배우랑 저랑 등장하는 장면인데요. 더비시라고 좀 긴 옷이 있어요. 근데 저희가 턴을 돌면서 옷자락이 이렇게 쫙 올라가는 그런 의상이 있는데 그 안무신을 하고 퇴장해서 거의 지퍼를 내리면서 들어가서 점프를 뛰어서 옷에서 벗어나요. 뛰어서 나와서 바로 마차를 끌고 등장을 하는 신인데 아마 3초, 4초 정도 돼요. 정말 빨라요. 그래서 정말... 거기가 저희 공연에서 가장 빠른 퀵 체인지 중의 퀵 체인지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빠르거든요.
이병희 아나운서 : 지퍼가 안 내려가면 어떻게 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백두산 배우 : 그래서 항상 의상팀 친구들이 다 체크를 해주고, 저희도...
오석원 배우 : 상상했어요. 지퍼가 안 내려가면 어떡하지?
백두산 배우 : 갑자기 좀 무서워지는데요.
김수현 기자 : 이렇게 딱 뒤돌아서 뛰어 들어가면서 지퍼로 쫙 내리고 벗어야 되는 거잖아요.
백두산 배우 : 무대에서 벗어나자마자 지퍼를 내려서, 바로 의상에서 나와서.
오석원 배우 : 그런데 워낙 우리 의상팀이 다 준비가 잘 돼 있어서.
백두산 배우 : 맞아요.
김수현 기자 : 지퍼가 좀 뻑뻑하지 않게 그거 있잖아요. 양초를 갖다가.
이병희 아나운서 : 좋은 지퍼로 해놨나 보다, 옷을.
백두산 배우 : 지퍼는 사실 이게 손잡이가 작잖아요. 그래서 좀 편하게 잡을 수 있게, 두껍게 해서 길게 손잡이 역할을 하는 것을 달아서 이걸 잡아서 바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줬어요.
김수현 기자 : 네, 그렇죠. 작은 거면 막 급하게 하려 하면 안 잡히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오석원 배우 : 그리고 저희는 사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 우리 스태프들이 다 도와주시기 때문에 못 나갈 수가 없어요. 워낙 준비된 상태에서 도움을 주시니까. 연습도 많이 하고. 퀵 체인지 자체를 연습할 때도 있어요. 빨리 해야 되니까.
백두산 배우 : 아까 석원 배우가 말한 것처럼 '스윙'의 개념을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래서 만약 온스테이지 하는 배우가 아플 경우 스윙이 그 온스테이지 하는 배우를 커버해서 스윙으로 올라갈 때 어느 장면은 연습할 것이며, 그다음에 퀵체인지도 연습. 이게 다 매뉴얼처럼 있어요.
오석원 배우 : 그걸 이제 우리 의상 스태프분이랑 맞추죠.
백두산 배우 : 합을 맞춰야 돼요.
오석원 배우 :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Friend Like Me'에서 제가 웨이터에서 금색 의상으로 퀵을 해야 되는데. 그럼 예를 들면, 내가 지퍼를 내리면서 너한테 갈 테니 그러면 신발을 벗기고. 저한테 두 분이 붙으시거든요. 그러면 오른발을 이렇게 탭 하면 오른발 벗고. 탭 하면 벗고. 벗는 동안 한 분은 뒤에 와서 벗기고. 벗기고 나서 나오면 바지를 입는 동안 이분은 뒤에서 멜빵을 준비해 주시고. 그러니까 이 합이 다 있어요. 그 순서가 딱 있기 때문에, 아까 두산이가 얘기한 것처럼 제 자리에 스윙이 들어오게 되면 그것까지 이제 알고 가야죠. 그게 안 맞으면...
김수현 기자 : 막 엉키는 거죠.
오석원 배우 : 못 나가거나, 덜 입고 나가거나. 그래서... '동근아 미안해.' 한 번 상의 탈의한 채로 나간 적이 있어요. (웃음)
김수현 기자 : (웃음) 아 진짜요?
백두산 배우 : 앞에 못 잠그고. 그래서 아주 섹시하게.
오석원 배우 : 왜 이렇게 어필을 하는 거야.
백두산 배우 : 간혹 그러면 이제 '부모님 오셨나 보다.' 나 여기 있다고 보여주나. 복근 한번 보여주고.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언더스터디로 출연하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오석원 배우 : 커버로요? 알라딘에서요?
이병희 아나운서 : 아직은 없었어요?
오석원 배우 : 다른 공연에서는 몇 번? 흔한 케이스는 아닌데... 그리고 뭐랄까 썩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죠.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거니까. 그게 스케줄링이 돼서 모든 게 준비가 되고 리허설이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상황이 발생해서 나간다는 건 사실 저희 입장에서도 관객분들한테, 물론 지금 현장에 계신 모든 커버나 스윙 역할을 수행하시는 동료 배우분들이 당연히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계시고 퀄리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하고 계시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이제 그런 일이 안 생기기를 다들 바라시죠.
백두산 배우 : 그래서 저희 다른 얘기로, 혹시나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저희 스윙이나 커버들 연습해서 다 이미 드레스런을 한번 다 진행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상황이 생길 걸 대비해서.
이병희 아나운서 : 한번씩 해보는 거네요.
백두산 배우 : 그래서 카심('알라딘' 캐릭터)으로 들어가서 하고. 다른 친구 같은 경우는 다른 역할로 들어가서 하고 해서 테크니컬적인 부분이랑 드레스런을 한번 다 해서 갑자기 불상사 그런 상황이 생기면 바로 들어가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리허설을 다.
오석원 배우 : 저희는 워낙 기술적인 것들이 많아서. 그러니까 단순히 내가 그 역할의 동선과 대사, 가사를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닌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워낙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라든지 조명, 이런 것들이 워낙 이렇게 연결돼 있는 게 많아서. 회사에서 많이 배려해 주셔가지고.
백두산 배우 : 사실 이렇게까지는 잘 하지 않거든요.
오석원 배우 : 원래 연습하기가 좀 힘들거든요. 왜냐하면 그거 하려면 스태프분들 다 일찍 나오셔야 되지, 극장 상황도 다 맞춰놔야 되지, 세트 돌려야 되지 하니까 사실 그게 정말 에너지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전혀 쉬운 건 아닌데... 그래도 저희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감사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죠.
백두산 배우 :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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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어쨌든 커버를 나가야 될 때를 대비해서 내 역할이 아닌 것도 완벽하게 익히고 있어야 되는 거네요?
백두산 배우 : 알라딘에서 커버가 가장 많은 친구예요, 석원이가. 술탄, 자파? 3명? 4명?
오석원 배우 : 제가 3명. 카심, 술탄, 자파.
백두산 배우 : 그래서 석원 배우가 커버가 가장 많은.
오석원 배우 : 그래서 항상 '우리 형님들이 절대... 제발...' 그래서 사실 홍삼을 보내드려야 되나?
백두산 배우 : 딴 얘기로. 이제 저희가 출근 시간 전에 갑자기 이른 아침에 무대 감독님한테 전화가 오면 이제 심장이 떨려요. 그런 상황이 발생해요. '무슨 일이지? 갑자기 무대 감독님한테 전화 올 일이 없는데. 우린 친하지 않은데 왜 나한테?' 그런 상황들이 가끔.
김수현 기자 : 그럼 평소에도 내가 이 역할을 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다른 역할을 혼자서 연습하세요?
오석원 배우 : 네. 제 불안감을 좀 덜기 위해서라도 해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낙천적으로 생각을 하면 꼭 원하지 않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뭔지 아세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어야 별일이 없는, 약간 그게 있어가지고. 징크스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게 있어서 저는 항상 '이게 언제 나한테 들이닥칠지 모른다' 약간 그런 마음으로.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그럼 스윙이면은 무대에 오르지 않나요?
오석원 배우 :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오르지 않아요.
백두산 배우 : 그러니까 긴급 상황에서 갑자기 들어갈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준비를 하죠. 저희 스윙들 진짜 대단해요 정말. 한 사람이 거의 3명의 롤을 소화해야 돼요. 그러면 석원이나 저나 다를 거 아니에요? 소품을 여기서 들고, 여기서 등장하고, 어떤 춤을 추고, 어떤 노래를 하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다, 스윙들이 한 명당 3개, 4개씩 롤을 준비하거든요. 3, 4명 거를. 진짜 대단해요. 항상 꾸준히 연습하고 공연 시작하면 같이 5층 극장 연습실에서 똑같이 런을 돌아요. 같이 공연하고 있어요. 공연 같이 해요, 그들도.
이병희 아나운서 : 아, 공연할 때요?
백두산 배우 : 사실 없는 사람들이 많죠. 본인들끼리 '나 오늘 누구 할 거야. 나 오늘 석원이 할 거야. 나 두산이 할 거야' 해서 공연을 위해서 같이 하고 있어요. 항상 매일매일, 매회.
오석원 배우 : 더 어렵죠. 근데 거기는.
백두산 배우 : 준비를 진짜 철저하게.
오석원 배우 : 세트도 없고 소품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연습실에서 그거를 진짜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
김수현 기자 : 아, 그거를 매일 해요?
백두산 배우 : 매일매일 해요. 저희 스윙들 진짜 슈퍼 스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하긴 갑자기 들어가려고 하면...
오석원 배우 : 감각을 놓지 않고 있어야 되니까.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스윙이 앙상블 배우 중에 누가 언더스터디 해가지고 이렇게 들어가게 되면 그 빈자리를 채운다는 거죠?
오석원 배우 : 네. 그런 경우도 있고, 뭐 예를 들면 제가 갑자기 다치면 그럼 또 해야 되고.
백두산 배우 : 사실 공연 초반에 갑자기 근육을 다친 친구가 1막에 있었어요. 그러면 도저히 이건 진행하면 안 된다 싶었을 때는 바로 스윙이 들어가서 그 자리 대체해서 하고. 그 정도로 준비가 항상 다 되어 있죠.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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