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 개발사 오픈AI 인수를 '갑작스럽게' 제안하면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머스크 CEO가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픈AI의 지배지분을 974억 달러(141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올트먼 CEO가 "사양하겠다"며 즉각 거절했지만, 간단히 끝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올트먼 CEO는 현재 두 개의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오픈AI를 비영리 단체가 지배하는 구조에서 독립해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고,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트먼은 일단 머스크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불쑥 들어온 제안 그 자체만으로도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이 두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이 올트먼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트먼도 11일 "이것(인수 제안)은 머스크가 우리를 흔들려는 또 다른 계략", "아마도 우리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현재 오픈AI는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영리 법인을 통제하는 형태입니다.
올트먼은 완전한 영리 법인으로 전환을 위해 비영리 단체에 일정 지분을 주고 그 통제권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픈AI를 통제하는 비영리 법인의 직원은 단 2명으로, 현금 및 기타 자산은 2천2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가치가 높지 않아 영리 법인 전환 시 비영리 법인에 큰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머스크의 제안으로 상황이 달려졌습니다.
머스크가 제안한 것은 오픈AI의 지배지분으로, 오픈AI에 대한 비영리 법인의 통제권을 의미합니다.
그는 오픈AI에 대한 비영리 법인 통제권의 가치를 974억 달러로 측정했는데, 이는 최소 가치의 가이드라인이 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올트먼은 영리 법인 전환 시 비영리 법인에 머스크가 제안한 974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가치를 대가로 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WSJ은 "원치 않는 인수 제안은 영리 법인으로 전환 시 오픈AI의 자산 가치를 재설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비영리 법 연구원인 엘렌 P.애프릴은 "비영리 이사회는 자산을 공정한 시장 가치로 매각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머스크 제안은 그 가치를 매우 높게 설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비영리 법인이 오픈AI의 영리 법인으로부터 머스크가 제안한 것보다 더 낮은 가치로 지분을 받아들일 경우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오픈AI는 영리 법인 전환과 관련해 법인 등록지인 델라웨어주와, 본사 소재지인 캘리포니아주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따라 "머스크의 제안은 오픈AI가 1년 넘게 추진해온 기업 구조 개편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오픈AI의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오픈AI에 4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때 일정 지분을 받을 예정입니다.
막대한 투자는 오픈AI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머스크 개입으로 오픈AI에 대한 통제권과 법적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생기면서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할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NYT는 "머스크가 원치 않는 인수 제안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오픈AI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은 올트먼과의 오랜 악연에서 시작됩니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가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이후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이 AI 챗봇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하며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올트먼 등 오픈AI 창립자들이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