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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상 첫 테러 생중계…고민에 빠진 올림픽 방송단

'9월5일:위험한 특종', '브로큰', '말할 수 없는 비밀', '공동경비구역JSA'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뭡니까?
“9월5일:위험한 특종”이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원래 제목은 “september 5”, 즉 “9월5일”입니다.

한국어 제목으로 9월5일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주목을 받기 어려우니까 ‘위험한 특종’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 같은데, 9월5일이 무슨 날입니까?
여기서 9월5일은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1972년 9월5일을 말하는 건데요, 이 날은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참사인 ‘뮌헨 올림픽 참사’가 일어난 날입니다. 

팔레인스타인 무장단체인 ‘검은 9월단’이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 가운데 2명을 죽이고 9명을 인질로 붙잡은 사건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인질을 볼모로 공항으로 이동했고, 서독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졌는데요, 인질 전원과 서독 경찰 한 명이 숨지고 인질범 8명 가운데 5명이 죽고 3명은 생포됐습니다. 

현대적 테러리즘의 시작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으로 세계 각국에 대테러부대가 창설됐고 올림픽 보안이 강화됐습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상호 보복의 역사가 심화돼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뮌헨 올림픽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같은데, 아까 나온 예고편을 보면 방송국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렇습니다. 뮌헨 올림픽 참사는 방송 역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뉴스의 현장을 라이브로 연결해 보여주는 것이 흔하디 흔한 방송 뉴스의 기법이지만, 당시만 해도 방송사에서 뉴스의 현장 상황을 여과없이 생중계로 보여준다는 것이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기동성이 좋은 ENG 카메라가 아니라 필름 카메라로 뉴스를 녹화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미국 ABC 방송은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을 당시 기술적 환경으로는 제작이 쉽지 않았던 위성 생중계로 송출했고 전세계에서 9억 명이 시청했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라이브 방송으로 ABC방송과 프로듀섣르은 모두 29개의 에미상을 수상했고, 당시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이 생방송에 참여해 선수촌 현장에서 음성 리포트를 했던 ABC의 중동 특파원 피터 제닝스는 이 사건으로 이름을 크게 알려 십여 년 뒤 미국 최고의 뉴스 앵커가 됩니다. 

영화는 그러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송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입니까?
네, 뮌헨 올림픽 참사라는 비극적 사건을 올림픽에 파견된 방송 저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약 스무 시간 동안 위성 라이브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그저 영화적으로 재현만 한 것이 아니라, 방송인들이 재난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겪는 직업적이고 윤리적인 고민들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 테러의 현장을 그대로 생중계해도 되느냐를 놓고 ABC스포츠의 최고위급 방송인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의 한 장면입니다. 

-생방송으로 자식이 총을 맞는 모습을 보게 할 순 없어요
다른 이스라엘 선수들은 몰라도 버거의 가족은 오하이오주에서 분명 방송을 볼 겁니다
-그럼 보지 말라고 연락해야지. 우리에겐 (방송을 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어
-협찬사들은요?
-협찬사들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시청률만 따지니까
-그럼 그게 우리 목표예요? 시청률?
-아니지, 우린… 이야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따를 뿐이야
-그럼 이거 하나만 묻겠습니다. 검은 9월단은요 전 세계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올림픽을 선택한 겁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인질을 쏘는 걸 생중계한다고 해보죠
그럼 그게 누구 이야기죠? 우리인가요, 그들인가요?

생중계를 하자는 쪽이 ABC 스포츠의 대표였던 룬 알리지이고 테러를 생중계하면 그게 테러범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냐는 따지는 쪽이 부대표였던 마빈 베이더의 주장입니다. 지금처럼 모든 사건과 사고가 유튜브로 큰 고민없이 라이브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입니다. 

자, 다음 영화로 가보죠.  하정우 주연의 “브로큰”이라는 영화인데, 어떤 내용입니까?
범죄물입니다. 주연 배우인 하정우의 특기가 잘 발휘될 수 있는 장르죠. 
잘 나가는 조폭이었던 하정우가 손을 씻고 나와서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어느 날 같은 조직에 몸 담고 있던 동생이 시체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리고 동생의 여자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민태는 누가 동생을 죽였는지 밝히기 위해 여자를 찾아나서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신처럼 이 여자를 좇는 한 소설가를 만나게 됩니다. 이 소설가의 소설에는 동생의 죽음이 예견돼 있었습니다. 미궁 속에 빠진 동생 죽음의 진실을 찾아나선 형의 이야기입니다. 

하정우 배우가 최근에는 출연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좋지는 않았는데, 이번 영화는 어떻습니까
하정우씨의 최근 출연작이 “하이재킹”, ”1947 보스턴”, “비공식작전” 등이었죠. 기대에는 좀 못미쳤는데, 이번에는 하정우 배우가 “추격자”, “황해” 등을 통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날 것 같은 캐릭터’로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냉정한 표정으로 무심한듯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를 하정우만큼 잘 표현하는 배우도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하정우 씨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하정우 배우 인터뷰
굉장히 거칠고 뭔가 기존에 최근에 제가 해왔던 작품들하고는 달리 그렇게 꾸미지 않아도 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될 것 같은 어떤 그런 자유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 심지어는 메이크업도 안 하겠다 그랬어요.

“브로큰”은 “신세계”, “아수라”, “헌트” 등을 제작했던 사나이픽처스가 제작을 하고 “앙치기들”로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을 받았던 신인 김진황 감독이 연출을 했습니다. 내러티브의 완성도보다는 장르물을 좋아하거나 하정우 배우 특유의 매력을 기대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앞의 두 영화가 좀 무거운 분위기라, 이번에 소개해주실 영화가 궁금해집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유명한 대만 영화가 원작이라면서요?
네, 2008년 국내 개봉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대만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을 기록했던 유명한 청춘 로맨스 판타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됐습니다.  청춘물인만큼 도경수, 원진아 두 젊은 주연배우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실까요?

#도경수 배우
동명의 원작을 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제 원작을 사실 알고 계시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제 학창 시절 때 이 피아노 베틀의 곡을 약간 유행처럼 다들 따라했던 그런 기억이 사실 머리에 있었었어요.

#원진아 배우
제가 학창 시절에도 되게 기억에 남게 봤던 영화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영화였기 때문에 감히 이걸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인터뷰 들어보니까 당시 젊은 층에는 상당히 화제가 됐던 영화였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입니까
천재 피아니스트인 도경수가 유학 도중에 팔에 통증이 생겨서 교환 학생으로 귀국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음대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열어봤다가 피아노를 치고 있던 한 여학생한테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요, 이 여학생, 어딘지 모르게 행동이 어색합니다. 휴대폰도 없고, 갑자기 사라져서 며칠씩 안 나타나기도 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점점 짙어만 가고, 여학생의 비밀 또한 점점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요즘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중국과 대만, 일본 로맨스 영화들이 한국에서 자주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만듦새가 괜찮았던 “대도시의 사랑법”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던 것처럼 사실 로맨스물은 최근 한국에서 흥행이 쉽지 않은 장르인데요, 일본과 대만 등의 청춘 로맨스물은 한국에서 나름대로 젊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만들었는데, “서울의 봄”, “하얼빈”같은 하이브미디어코프 기존 제작 영화들과는 색깔이 좀 달라서 관객들의 평가가 주목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계 소식 하나 준비하셨다구요?
네, 이번에는 제가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화면 보여주시죠.
자,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와 감독의 모습이 보입니다. 왼쪽부터 김태우, 송강호 배우, 박찬욱 감독, 이영애, 이병헌 배우인데요, 공통점이 뭘까요? 영화 한 편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이죠, “공동경비구역JSA”가 개봉 25주년을 맞아서 지난 화요일,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관객과의 만남 행사를 했습니다. 이 영화가 2000년 당시에 6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든 것으로 추산됐으니까 줄거리는 많이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감독과 배우들은 저마다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는데요, 송강호 배우는 시나리오는 너무 치밀한데 한국 영화 수준에서 이걸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거절했었다고 말했고, 이병헌 배우는 첫 영화 흥행작이라 극장에서 조용히 가서 마흔 번 정도 봤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이영애 배우는 다시 찍을 수 있다면 더 잘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국가보안법이 작동되던 시절”이라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다면서 “아직도 이 영화 내용이 젊은 세대에게 감흥을 일으킨다는 건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CJENM이 콘텐츠 산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국내 대중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들을 선정한 작업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라이브 방송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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