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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세탁기' 때렸던 트럼프…실속 챙기고 '생색' [사실은]

<앵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관세를 무기처럼 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 조치의 성공 사례로 한국산 세탁기를 꼽았습니다. 덤핑 판매되고 있던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매겨서 미국 회사들을 살렸단 겁니다. 정말 이게 사실인지 팩트체크 <사실은> 팀에서 따져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열린 미국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느닷없이 한국산 세탁기를 언급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한국산 세탁기가 덤핑 판매되고 있어 50%에서 100%까지 관세를 물렸습니다. 내가 없었다면 미국의 회사들은 다 망했을 것입니다.]

한국산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원래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덤핑 판매'되고 있어서 관세 조치를 통해 미국 회사들을 살렸단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인 지난 2013년, 한국산 세탁기에 10%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부당한 관세라며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했고 3년여 소송 끝에 WTO는 우리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인호/산업통상자원부 당시 통상차관보(지난 2016년) :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서 부과한 반덤핑 관세는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정한 (것입니다.)]

반덤핑 관세에 제동이 걸리자,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세이프가드'였습니다.

한국산 세탁기 수입으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전체 수입량을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최대 50%의 관세를 물린 겁니다.

하지만 WTO는 이마저도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국산 세탁기가 덤핑 판매돼 관세를 물렸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걸로 판명이 난 겁니다.

그럼에도 한국산 세탁기를 자신의 업적으로 꼽은 이유는 뭘까.

WTO에서 5년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고율의 관세를 물게 되면서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 수출량은 급감했고,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공장을 새로 세웠기 때문입니다.

[정기창/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한 거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제조업 기반이 약화하고 그로 인해서 실직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 혹은 산업에 우리나라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조차 부당한 관세로 압박하는 트럼프.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신속히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강경림·전유근, VJ : 김준호, 작가: 김효진, 인턴: 배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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