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그린란드, 트럼프는 왜 눈독을 들일까?
취임을 2주일 앞둔 1월 7일, 트럼프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로 비행기 태워 보냈다. 트럼프 주니어는 관광객 자격으로 방문했다. 섬 식당에서 성조기를 든 대중 앞에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고, 트럼프는 '안전이 중요하다. 그린란드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1월 7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 지역 모두 미국 경제 안보의 요충지라는 게 트럼프의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식으로 미군 동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캐나다의 경우 미국에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1월 10일 트럼프는 인스타그램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51st State), 파나마가(PANA-MAGA), 그린란드는 내 땅(Our Land)"이라는 뉴욕포스트 1면 사진도 올렸다.
'거래의 기술'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약한 나라들의 국가 영토와 주권마저도 이젠 거래의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중국이라는 경쟁 상대의 부상이 있다. 캐나다와 그린란드는 중국의 자원 전쟁에 대비하자는 것이고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뒷마당에 중국이 돈 찔러넣고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미국은 20% 보편 관세가 아니라, 심지어 헤지펀드 허드슨베이 캐피탈 출신인 새로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미란 위원장은 2024년 11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편을 위해 현재 2% 관세를 20%에서 최대 50%까지 인상하고 무역 정책을 방위 협정과 연계해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드는 나라는 미국의 방위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NATO나 한국, 일본 등의 미국 우방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 이들 국가의 방어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하는 것이다. 중국의 무역 흑자가 문제인데 중국을 바로 때리는 정공법이 아니라 우방국을 혼냄으로써 중국에 겁주고 협상력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중국과의 3차 전쟁, 희토류 전쟁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제조 대국, 세계 최대의 수출 대국을 관세로 잡을 수는 없다. 또한 공장은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지 보복 관세 높이 때려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다. 3교대 제조업이 불가능한 1인당 소득 8만 2천 달러 나라에, 40-50년 전에 이미 제조업이 집 나간 나라에 보복 관세 때린다고 돌아올 제조 기업이 있을까? 미국의 겁박에 약한 나라의 제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공장을 짓기는 하지만 보조금 때문에 짓는 것이지 생산성과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5nm 이하 첨단 반도체도 미국에 공장은 짓지만 인텔, TSMC, 삼성의 투자 계획은 1천800억 달러가 넘는데 파운드리 시장은 1천200억 달러 수준이다. 보조금 받아 공장 짓고 생산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잉여 생산품은 결국 다시 아시아로 갈 수밖에 없다. 세계 반도체 소비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34%이고 유럽이 8%이다. 중국 28%를 포함한 아시아가 58%이다. 미국에서 생산해도 잉여는 다시 아시아로 와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2023년 이후 21가지의 대중 첨단 기술과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쏟아냈지만 첨단 기술이 없는 중국의 대응은 외교부 대변인의 반향 없는 규탄 성명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상무부는 미국의 기술 통제에 대응해 일관되게 Ga, Ge 수출 통제를 시작으로 흑연,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정작 실행한 것은 없었다.
패는 가지고 있을 때 패이지 까는 순간 더 이상 패가 아니다. 미국은 반도체와 AI 규제를 조자룡이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르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패를 들고만 있고 본격적인 사용은 않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취임 전에 자신의 반도체 AI 업적에 '확실한 알 박기'를 노려 2024년 9월 이후 대중 반도체와 AI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고 중구난방식이다. 초읽기에 몰린 악수를 두는 것인데, 바이든이 2024년 6월 이후 9가지 규제를 찔끔찔끔 하지 말고 한 방에 했더라면 중국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중국이 대응과 회피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신이 가진 '자원의 패'를 트럼프 취임 이후를 대비해 아직 쓰지 않고 있다.
반도체, 항공기, 우주선 등 모든 첨단 기기에는 반드시 희토류 금속이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61%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역시 핵심 광물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60% 보복 관세를 때렸을 때 중국이 희토류 전면 금수 조치를 취하면 세계 첨단 산업과 미국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중의 3차 전쟁은 자원 공급망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미국은 '중국의 자원의 창'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데 그 선택지 중의 하나가 바로 힘없는 덴마크가 지배하고 있는 그린란드다.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이 한반도의 9배 이상인 216만 6천㎢에 달한다. 인구는 약 5만 7천 명이다.
1261년 노르웨이 왕국에 귀속되었던 그린란드는 1971년 덴마크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가 1979년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2009년에는 광범위한 자치권을 획득했다. 2009년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았다. 미국은 2차 대전 중에 툴레 공군기지를 설치했다.
그린란드는 미국이 경쟁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와 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외교적, 군사 전략적 가치 등 5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하가 녹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석유를 시추하고 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 이들 광물들은 풍력 터빈, 송전선, 배터리,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외에 전기차는 물론 군사장비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추산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150만 톤으로 미국 매장량 180만 톤보다 약간 적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천400만 톤으로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 2024년 12월, 중국은 미국 바이든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에 반발, 희토류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놓은 적이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욕심은 중국의 희토류 자원 차단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그린란드는 중요한 광물의 잠재적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전기차 등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얼음이 녹으면 지하자원 시추가 훨씬 용이해진다. 트럼프 입장에선 그린란드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6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한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얼음이 녹으면 유럽으로 가는 북극항로가 개척되는 것이고 이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에너지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경제성이 있는 신항로 확보에도 큰 의미가 있다. 서유럽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해상 운송의 경우, 북극해를 통과하면 홍해의 수에즈 운하로 갈 때보다 경로가 약 40% 단축된다.
캐나다와 파나마 협박... '거래의 기술(말 폭탄)'인가? 진짜 실행인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위협한 세 나라 중 그린란드는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캐나다는 너무 크고 미국보다 더 넓은 국토 면적과 4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갖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 합병된다고 해도 단지 51번째 주가 아니라. 6개 또는 7개의 주로 나누어져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캐나다인들은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만약 4천만 명이 미국에 합류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미국의 정치 지형을 다시 쓸 것이고 공화당은 자신의 집권 위상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 합병 이후 정치 성향 문제는 4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트럼프로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공화당은 무척 고민스럽고 신경 써야 하는 문제다.
파나마 운하는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정말로 파나마 운하를 손에 다시 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로 무력을 사용한다면 파나마는 당연히 무기력하게 당하겠지만 전 세계,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고 역설적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알래스카로 대박 낸 미국, 그린란드를 '제2의 알래스카'로?
자원 전쟁의 시대에도 자원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토지 면적이다. 미국이 또 다른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고 자원의 양이 확대된다면 미국은 자원 전쟁 시대에도 새로운 발전의 물결을 맞이할 수 있다. 지금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합병 야욕을 보면 트럼프의 단순한 말 폭탄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너무 크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수 시도는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라 긴 역사가 있다. 1867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의 협상으로 미국은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성공적으로 매입했다. 당시 이 거래는 의회에서 조롱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알래스카의 가치가 드러나며 논란은 수그러들었고, 그 후 미국인들은 고작 720만 달러가 오늘날의 계산할 수도 없는 큰 가치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는 알래스카 매입 이후 그린란드를 다음 매수 목표로 삼았다. 그린란드는 광대한 면적(215만㎢)과 풍부한 자원, 적은 인구(당시 1만 명 남짓)를 갖고 있으며, 알래스카의 복제품으로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 수어드는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바로 의회의 반대와 덴마크의 저항, 그리고 영국의 입김이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방금 알래스카를 샀는데 불모의 땅 그린란드를 또 사는 이유를 신뢰하지 못했고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린란드의 주권국가인 덴마크는 이를 팔려고 하지 않다. 덴마크의 국력이 약해 미국과의 라이벌이 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을 막 마친 상태였고, 다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미국은 영국의 눈치를 봐야 했다.
1867년 캐나다는 여전히 영국의 식민지였고, 영국과 미국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면 미국이 캐나다를 동쪽, 남쪽, 서쪽으로 둘러싸게 될 것이고 이는 절대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았다.
당시 영국은 여전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국력이 최고조에 달했고, 미국은 여전히 영국을 매우 두려워했다. 2년 후인 1869년에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가 국무장관직을 사임하고 그린란드 매입 시도도 끝났다.
미국이 두 번째로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것은 1950년대 트루먼 시대였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냉전의 시기에 돌입했다. 미국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의 군사기지가 손에 들어가면 소련을 봉쇄할 큰 '섬 사슬(Island Chain)'을 형성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섬 사슬'이 완성되면 미국이 북대서양 전역에 걸쳐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고 소련 북부함대가 좁은 공간에서 봉쇄될 수 있다. 그래서 트루먼은 덴마크에 1억 달러 상당의 금으로 그린란드를 매입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덴마크는 결국 이를 거부했다. 대신 덴마크는 미국을 달래기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군사기지에 치외법권을 갖는 것에 동의했다. 나중에 미국은 그린란드 서부에 툴레 공군기지를 설립했다. 기지에는 200명 이상의 영주권자와 F-35를 포함한 전투기 편대가 있다.
트루먼이 퇴임한 이후 2019년까지 그린란드 매입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2019년에 트럼프는 세 번째로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덴마크는 다시 한번 거부했다. 트럼프 낙선으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2024년 트럼프 재선 성공으로 2025년에 다시 그린란드 매입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장남을 그린란드로 보내 조사를 했고,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트럼프는 지금 그린란드 외에도 캐나다 전체와 파나마 운하도 먹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린란드 앞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의 영토 장악 욕심의 잠재적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