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오늘(17일) 북한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 된 L(42) 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L 씨는 오늘 선고로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L 씨가 활동 대가로 받은 비트코인 출처 등을 확인한 결과 해커는 북한 공작원이 맞고, 지령 내용을 보면 L 씨 역시 그가 북한 공작원임에 대한 미필적 인식과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L 씨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자칫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던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엄한 처벌은 당연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제공한 장비로 군사기밀 탐지가 이뤄지진 못해 시도한 모든 행위가 결과에 이르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L 씨는 2021년 7월 북한 해커(텔레그램 활동명 보리스)로부터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다음 달 당시 현역 장교인 대위 김 모(33)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해 군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L 씨는 보리스의 지령에 따라 김 씨에게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보내 군부대 안으로 반입할 수 있게 하고, USB 형태의 해킹 장비 부품을 노트북에 연결해 보리스가 원격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 씨는 보리스와 L 씨에게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로그인 자료 등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실제 해킹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L 씨는 또 다른 현역 장교에게 군 조직도 등을 제공하면 돈을 주겠다며 접촉한 혐의도 있습니다.
해당 장교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러한 범행을 통해 L 씨는 7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 씨는 4천8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5천만 원이 확정돼 복역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