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약자의 손에 쥐어진 마지막 진실의 방아쇠, '트리거' 오소룡이었습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극본 김기량, 연출 유선동)는 이 꽃 같은 세상, 검찰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강력 사건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트리거'를 진행하는 MC이자 PD, 팀장 오소룡 역의 김혜수를 중심으로, 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입 PD 한도 역의 정성일, 열정 가득한 조연출 강기호 역의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탐사보도 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다루는데, 사이비 종교의 가스라이팅과 매 타작,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마약 유통,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등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모티브로 해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려운,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는 통쾌한 에피소드가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우리에게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트리거'를 보고 있으면,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 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알' PD들이 카메라를 빼앗기고 멱살잡이를 당하는 등의 곤욕을 치르면서도 진실을 알아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집요하게 취재에 매달린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트리거' 팀에게도 '똘끼'와 '독기'는 필수다. 다양한 사건 현장에서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 나쁜 놈들의 악행을 까발리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지독해져야만 한다. 목숨 걸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트리거' 팀의 무모한 이야기가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지금 시대가 그런 우악스러움에 대한 타격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한 컷까지 담아낸 '트리거' 팀의 불굴의 의지는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한 방이 되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몸 사리지 않고 '똘끼 충만' PD로 변신한 김혜수
"우린 목숨을 걸고 그 안에 들어가서 증거를 찍어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멈추니까."
나쁜 놈들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에 뛰어드는 '트리거' 오소룡 팀장은 김혜수를 만나 역동적이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오랜 시간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혜수는 오소룡을 통해 다시 한번 매력적인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준다. 추격하고 도망치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까지 입었던 김혜수는 그만큼 오소룡 캐릭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혜수는 진실을 추구하는 탐사보도 PD의 집요하고 똘끼 가득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나쁜 놈이 머리에 총구를 겨눠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으며 "쏘라고!"라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면모는 김혜수의 큰 눈과 다이내믹한 표정 연기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빌런 앞에서도, 상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오소룡의 당당함은 김혜수이기에 표현 가능한 영역이다.
또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 속에 툭툭 튀어나오는 엉뚱한 매력, 피해자와 가족을 대할 때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김혜수는 오소룡으로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다. 과거 실제로 시사 프로그램 MC로 활약했던 김혜수가 '트리거'의 MC로서 보여주는 믿음직한 진행 실력도, '트리거'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더 글로리' 정성일의 색다른 도전
"예의 바르면서도 싸가지 없는 저 낙하산. 보면 볼수록 재밌네."
오소룡의 기싸움 상대에 나쁜 놈들만 있는 건 아니다. '트리거' 팀에 새로 발령받은 드라마 PD 출신 '낙하산 중고 신입' 한도와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젠틀한 하도영 역으로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 정성일이 '트리거'에서 한도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선다.
후드티셔츠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한도는 "인간은 희망이 없다", "사람은 배신하지만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갖고 '트리거'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예의 바르게 할 말은 다 해 사람들의 속을 긁고, 과하게 열정적인 팀장 오소룡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한도도 버라이어티한 취재 현장을 함께 겪으며 어느 순간 오소룡과 '트리거' 팀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자신을 믿고 이끌어주는 오소룡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며 점차 탐사보도 PD로서 커가는 한도의 성장기가 정성일의 신선한 연기로 펼쳐진다.
'권모술수' 주종혁의 '공감 가득' 현실 연기
"쫄지 마. 너처럼 반짝반짝 이쁜 놈이 학벌 따위에 쫄지 말라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주종혁이 '트리거' 팀의 3년 차 조연출 강기호 역을 소화한다.
강기호는 오소룡 팀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정도 많고 눈물도 많지만 특유의 막내미로 '트리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긍정 잡초'다. 하지만 학벌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팀원들에게 열정과 끈기를 인정받으면서도 '계약직 조연출'에 머문다. 이런 불안한 미래 때문에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현실에 타협하는 강기호는 비정규직 청년들이 겪는 억울함과 서러움을 보여준다.
배우로서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주종혁은 강기호의 재기발랄한 매력부터 서러움까지 현실적으로 연기해 내 공감대를 높인다. 주종혁은 확실히 이번 '트리거'를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외에도 '트리거'에는 신정근, 이해영, 장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연기 구멍 없는 '트리거'의 명연기 퍼레이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가장 큰 매력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 '트리거'
'트리거'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정의를 지키고자, 진실을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게 무모하고 돈도 안 된다며 비웃음을 당하지만, 오소룡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들이 백날 이런다고 법이 바뀌겠니, 세상이 바뀌겠니?"
"바뀝니다. 탐사보도 피디가 바꾸는 건 사람의 마음이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