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AF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국인은 400만 명으로 전쟁 초기인 2022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은 사업 목적이지만 '전쟁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현재 전쟁 범죄 현장을 둘러보는,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 여행을 운영하는 업체만 10여 개에 이릅니다.
이 중 하나인 '워 투어'는 수도 키이우와 부차, 이르핀 등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상품을 150∼250유로(약 22만∼37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는 올해 1월 이후 약 30명이 다녀갔고 고객은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온 알베르토 블라스코 벤타스(23)도 전쟁의 참상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이 업체의 여행상품을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가족의 반대에도 비행기로 몰도바까지 온 뒤 1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전쟁 지역에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약간 겁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와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쟁의 스릴'을 더 강하게 실감하려는 관광객을 위한 상품도 있습니다.
전선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 투어 상품을 3천300유로(약 483만 원)에 판매하는 여행사도 등장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한 IT 회사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인 닉 탄도 이런 '스릴 추구형' 관광객입니다.
그는 "서구의 삶이 너무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껴져서 전쟁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전선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이드가 제지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관광'을 운영하는 현지 업체들은 수익의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하지만 도의적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최근 관광 '핫스팟'으로 떠오른 이르핀의 정치인인 미하일리나 스코릭-슈카리브스카는 일부 주민이 관광 수익을 '피 묻은 돈'으로 간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민들은 '왜 여기에 오느냐', '왜 우리의 슬픔을 보려고 하느냐'고 반발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관광 당국은 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쟁 관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마리아나 올레스키우 우크라이나 관광개발청 위원장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쟁 관광 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이미 글로벌 관광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트립어드바이저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키이우 군 당국 제공, 연합뉴스)